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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끝, 걱정 시작…신학기 전세난민
부동산| 2016-02-11 11:45
전셋값 고공행진·품귀현상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 73%
평균 전세가격 ‘4억원시대’ 눈앞
준전세 지난해 1월比 52% 증가


서울 중랑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9) 씨는 명절 연휴 기간 친지와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집 걱정’을 털어놨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재계약이 다음달 말에 도래하는 그는, 전세금을 올려주거나 월세를 조금 내고서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집을 찾아 의정부나 양주로 빠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재게약을 앞두거나, 이사 계획이 있는 사람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월세를 끼지 않은 온전한 전셋집을 찾기 더욱 어려워지면서 전세금과 전세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자연스럽게 비교적 적은 월세를 매달 내는 준전세 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박 씨는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서울에 남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집주인이 전세금을 많이 요구하면 이사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 명절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집 걱정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박 씨처럼 집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연휴 이후로 미뤄둔 이들은 고민이 깊어진다.

더구나 신학기와 맞물린 봄 이사시즌이 개막하면서 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불어 닥친 전세난은 올해도 여지없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순수한 전셋집을 찾기는 점차 힘들어진다. 그러면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73.8%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성북구가 83.3%로 가장 높았고 성동구(80.4%)는 처음으로 80% 선을 돌파했다.

일례로 성북구 ‘길음뉴타운3단지 푸르지오’ 전용 59㎡은 지난달 3억4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면적의 매매 실거래가는 3억7000만~3억8000만원 수준으로, 실거래가를 토대로 한 전세가율은 90% 안팎에 달한다.

결국 완전한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은 매매가에 근접하는 전세금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지난달 말 기준)은 3억9866만원으로 조사됐다. 전세 아파트 ‘4억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성북구 길음동의 R공인 대표는 “전용 85㎡ 내외의 인기 면적은 온전한 전세매물이 희소한 탓에 전셋값을 조달하는 건 부차적인 문제고 애초에 계약할 집을 만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비교적 소액의 월세를 다달이 내는 준전세 거래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준전세는 보증금 규모가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형태를 말한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를 보면 지난달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 준전세는 모두 242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1591건)과 비교해 52.3% 증가한 것이다. 단독ㆍ다가구, 다세대ㆍ연립을 포함한 모든 주택의 준전세 거래는 3676건 이뤄지며 전년 동월 대비 42% 가량 늘어났다. 노원구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20~50만원 정도 월세를 내는 형태는 이제 널리 자리매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녀 교육이 지상과제인 30~40대 직장인들에겐 부담이 된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직장인 최민주(42) 씨는 “작년 말에 보증금은 그대로 두는 대신 매달 30만원씩 내는 식으로 재계약을 했다”며 “아이들 교육비에 들이는 돈이 적지 않은 마당에 수십만원을 집값으로 쓰게 되면서 당장 커피값이나 외식에 들이는 돈을 줄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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