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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경제학 ②] “현금이 왕”…마이너스 금리가 주식에 독(毒)인 이유는?
뉴스종합| 2016-02-15 08:14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 대신 ‘보관료’를 물어야 한다면 자금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몰리기 마련이다. 주식 같은 자산시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만 불러 오고 있다. 주식시장에 약(藥)이 되기는 커녕 독(毒)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은 닛케이225 지수가 무려 15% 가량 빠져 급기야 1만5000선 밑으로 주저 앉았다. 주식시장의 날개 없는 추락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BOJ)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1.0%까지 끌어 내릴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약발은 전혀 먹혀 들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CNBC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1%로 인하한 2014년 6월 이후 MSCI 유럽지수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2014년 12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스위스 역시 MSCI 스위스 지수가 14% 미끌어졌으며, 스웨덴은 작년 2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이후 주식시장이 20% 하락했다.

애쉬윈 앨런카 야누스 캐피탈 매니저는 “‘현금이 왕’이다는 말이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주식시장에 리스크가 산재해 있고, 마이너스 금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모르는 상황에선 현금이 왕이다”고 말했다.

▶주식에 독(毒)인 이유①…경기침체 불안감 확산=지난 11일(현지시간) 재닛 앨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 검토’ 한 마디에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제히 곤두박질 친 것은 향후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가장 큰 적인데, 마이너스 금리는 오히려 이같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 논의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존 론스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일 CNBC에 “마이너스 금리 논의 자체만으로도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하고, 소비자들도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며 “이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 논의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이렇게 되면 기업이나 소비자나 모두 돈을 풀기 보다는 쟁겨 놓게되고, 이는 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을 불러 온다는 얘기다.

▶주식에 독(毒)인 이유②…주식이 상대적으로 비싸진다?=마이너스 금리가 주식시장에 역풍이 되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주식 가치가 비싸져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도 있다. 주식에는 배당금이라는 매력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위험 감수 비용이다.

특히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상황에선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인 주식으로 갈아타는 것을 두 번 곱씹어 보기 마련이다. 주식 보다는 오히려 채권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자금이 일본 국채 등 채권에 몰리며 이상 과열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닐슨 UBS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에 대해 “금리를 낮추면 주식가치는 과거에 비해 다소 높아 보이게 된다”며 “이는 채권 같은 대체투자에 비해 주식의 매력을 떨어 뜨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식에 독(毒)인 이유③…금융시스템의 붕괴=마이너스 금리의 역풍이 가장 심한 주식은 은행주다. 낮은 금리는 은행 수익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는 가뜩이나 이자수익 하락에 시달리는 은행에겐 독약으로 받아 들여진다.

핌코의 필립 보더로 금융 리서치 담당 부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내리거나 마이너스 대인 금리를 더 떨어뜨려 은행 마진과 수익에 타격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 은행들이 보유자산 매각에 나설 수 뿐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금융시스템의 왜곡은 물론 실물경제로 위험을 전이하는 악순환도 불러올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이로인해 금융시스템의 왜곡은 물론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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