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흑인 인권문제 꼬집은 비욘세…슈퍼볼 공연‘찬반 설전’ 팽팽
뉴스종합| 2016-02-19 08:44
정치활용” “튀려는것”극과극 의견


흑인 인권 문제를 꼬집은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의 파장은 남달랐다. 비욘세라서, 흑인 인권 문제에 호소할 만한 시기적 적절성 덕분이었다. 비욘세의 공연<사진>을 두고 그의 아군과 적군의 설전은 팽팽했다. 여전히 비욘세의 공연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을 낼 수가 없다.

▶비욘세의 메시지, 유난히 화두 됐던 이유는=비욘세라는 인물의 힘을 차지하더라도 이번 슈퍼볼 공연의 파장이 컸던 데는 이유가 있다. 비욘세의 공연이 인종 차별 논란이 다시금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던 시기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할리우드 유명 배우 메릴 스트립의 발언도 논란의 씨앗이 됐다. 메릴 스트립은 모두 백인으로 구성된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진에 문제가 없냐는 취지의 질문에 “우리 모두가 본래는 아프리카 출신이다”고 답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직시해야 할 인종 차별 문제를 희석시키는 억지 주장이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지난달 발표된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흑인 배우가 주연상과 조연상을 통틀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문제가 됐던 터라 그의 발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대선 시즌도 기폭제가 됐다. 본격 대선에 돌입하면서 ‘흑인 대통령 당선에도 달라진 것 없다’는 문제 의식이 재조명되던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임기 중이었던 지난해는 연이어 발생한 경찰의 흑인 강경 진압 논란으로 얼룩졌다. 경찰 압송 중 차량 안에서 의식을 잃고 척수 손상으로 수술을 받은 후 일주일 후 숨져 볼티모어 시위로 이어졌던 ‘프레디 그레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비욘세의 공연은 흑인들의 편에 설 대통령을 갈망하는 이들을 또 한 번 자극했다.

▶비욘세를 지지한다…공연은 옳았다=비욘세의 공연에는 지지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미국 CBS 방송은 “올해 슈퍼볼의 진정한 주인공은 본 밀러가 아니라 비욘세였다”라며 “슈퍼볼 공연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슈퍼볼의 파급력을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활용한 것을 환영한 것이다.

음악전문매체 빌보드 또한 “이날 비욘세는 가수가 아닌 흑인 여성 운동가로서 정치적 책임을 훌륭하게 해냈다”며 호평했다.

지지 세력은 또 예술을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아일랜드의 록밴드 U2의 리더인 보노는 북아일랜드의 유혈사태에 대해 노래한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등 음악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치적 화두를 던져 왔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데뷔 이래 노래로 미국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거나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등 폴리테이너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비욘세도 공연을 통해 사회적 문제 제기를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슈퍼볼 공연에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어 보인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연예인들이 정당에 가입해 당당하게 활동한다. 연예인이라는 직업과 그 직업이 가진 무기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비욘세를 비난한다…공연은 그르다=그러나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보수층은 영향력 있는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비난을 쏟아 부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튀어 보이려는 무리들의 끔찍한 무대”라며 “위험을 감수하며 시민들을 보호하는 경찰을 공격한 행위”라고 반박을 가했다.

정치적 메시지의 근저에 실상 상업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흑인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공감을 이끌어내 새 앨범의 구매층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문제 제기가 아닌,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신곡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공연의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비욘세는 어린 시절부터 성공 가도를 걸어 왔으며, 흑인 문제를 체감할 기회가 특별히 없었다는 지적이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경찰의 아내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비욘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특권층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소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과 특별히 상관도 없었던 인물”이라고 썼다. 정말 비욘세가 흑인 문제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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