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조직 화력 장전…보수층 지지
미국 공화당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공화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남부 첫 경선에서마저 천방지축 뉴요커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내주면서 공화당의 셈법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기를 잡으면서 공화당으로선 ‘트럼프 대세론’을 끌어안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번 3차 경선에서 과반의 벽을 뚫지 못한데다, 잽 부시 전 주지사의 중도사퇴와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의 지지선언으로 마르코 루비오 단일론이 힘을 얻으면서 미 공화당 경선이 사실상 2파전으로 좁혀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최저 득표율…‘과반의 벽’ 못뚫은 트럼프=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32.5%의 득표율을 올려 2위인 루비오 상원의원을 10%포인트 차로 크게 따돌렸다.
게다가 미국 북동부에서 성장하고 부(富)를 일궈낸 전형적 ‘뉴요커’인 트럼프가 남부의 심장부를 의미하는 ‘딥 사우스’(Deep South)에 속한 주에서 크게 이겼다는 것은 트럼프가 예상과 달리 가장 보수적 집단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조차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의 지지율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지난 10차례 치러진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가장 낮거나 두번째로 낮은 1위 득표율이다. 트럼프가 여전히 전국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30%대의 1위로는 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받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공화당 지도부를 비롯한 당의 주류가 여전히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에 회의를 표하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심지어 “이대로 가다간 힐러리 클린턴에게 고스란히 대권을 갖다바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돈ㆍ조직 등에 업은 루비오…‘레이건의 아이들’ 자처=2차 경선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해 공화당 주류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던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번 3차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를 이기면서 단일후보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특히 지지기반이 겹치는 부시 전 주지사가 사퇴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빅 머니(big money)와 빅 조직(big establishment support)라는 양대 화력이 루비오 상원의원에게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후 레이거니즘(레이건식 자본주의)의 신봉자라는 점을 명확히하면서 미 보수층의 결집에 나서고 있다. ‘레이건의 아이들’이 미 보수주의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2012년 대선 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루비오 상원의원을 공식 지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루비오 단일화’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루비오로서는 ‘단일화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어도 23일 네바다 경선을 거치면서 ‘단일후보’로 부상해 3월 1일 ‘슈퍼화요일’과 3월 15일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