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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의심환자 초중고생 최다… 예방접종 제외?
헤럴드경제| 2016-02-23 10:31
연령별 의심환자 7~18세 1000명당 90명, 0~6세 63명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NIP)에 초중고생 빠져
백신 동나 “경증에도 발동동” 때늦은 독감 유행에 속타는 학부모
의료계, 3~4월까지 유행 지속… 개학이 최대 변수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지난 설 명절 연휴 이후로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개학과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애간장이 타고 있다.

전국 독감 환자는 외래환자 1000 명당 41.3명에서 최근 일주일 새 53.8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의료계는 3~4월까지 독감 유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3월 개학과 입학이다. 학생들의 집단 생활이 시작되면서 반에서 한명만 독감에 걸려도 반 전체에 전염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연령별 의심 환자 분포를 보면 7~18세 환자가 1000명당 90.1명이었으며 0~6세 환자가 63.1명으로 뒤를 이었다. 65세 이상 환자가 11.8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처럼 초ㆍ중ㆍ고생이 독감 바이러스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있는데도, 이들은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NIP)에서 소외돼 있다. 보건소에서 이뤄지는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자는 만 36∼59개월 영ㆍ유아, 만 60세 이상 노인층,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록장애인, 등록외국인, 국가유공자, 참전용사, 고엽제후유증 의증환자, 제주 4·3사건 희생자 및 유족 등이다.

돈을 내고 예방 접종을 하려고 해도 재고가 모자라 주사를 맞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건소 접종비는 1만원 대로 3만5000원에서 4만원 정도의 접종비를 받는 일반 병원에 비해 저렴해 접종 수요자가 몰린다.

3월 개학과 입학을 앞두고 독감 확산에 학부모들의 애간장이 타고 있다. 보건소는 물론 일반 병원에도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독감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22일 서울 중구 제일병원 소아과에서 진료 차례를 기다리는 소아 환자들과 학부모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그러나 일반 병원 역시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7살 아들을 키우는 이재임(43)씨는 “명절 이후 유치원에 등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씨 역시 아들의 예방접종 못한 상태. 그는 “보건소에 백신이 없다고 해서 돈을 좀더 내더라도 병원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재고 부족으로 못했다”면서 “결국 면역력에 좋은 오일만 발라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네 소아과 의원과 대형병원에는 독감에 걸린 아동들이 넘쳐나고 있다. 서울 중구 제일병원에 감기 증상으로 내원한 소아 환자 10명 중 6명은 독감 양성반응을 보였다.

광진구 중곡 2동의 한 소아과에는 한 중국인(35)이 고열로 시달리는 아들을 안고 안절부절했다. 그는 “작년에 아이에게 독감주사를 놨지만 이번달에 어린이집에서 감기가 심하게 걸려왔다”며 “다시 주사를 놓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열이 나는 소아의 경우 합병증을 우려해 우선 입원치료에 들어간다. 독감으로 입원하는 소아들이 늘어나면서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를 간병하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도 독감에 걸릴까 우려하는 모습니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에 8살 아들이 유행성 폐렴으로 입원해 있는 김정아(40) 씨는 “같이 입원해있는 병동에 독감에 걸린 아이가 있다”며 “아들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지만 폐렴에 걸린 상황이라 면역력이 약해져 독감이 옮을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한승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독감 예방 접종을 하더라도 맞는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항체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면서 “집에서 각별히 유의해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관리를 통해 독감 유행을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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