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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언니 전성시대③] 스팽글ㆍ스냅백ㆍ숏컷… 대중문화 파고든 강한여자 스타일
뉴스종합| 2016-02-28 11:35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하는 남자 좋아해요.”

케이블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개그우먼 김숙(41)씨는 가부장적 남성과 대비되는 ‘가모장적 언니’의 모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씨는 “남자가 여자 들어오면 방긋방긋 웃고 그래야지”, ”남자가 돈 쓰는거 아니야“ 등 여성들 입장에서 통쾌하게 느껴지는 발언을 통해 ‘숙크러쉬’(김숙ㆍ걸크러쉬 합성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성이 여성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을 뜻하는 ‘걸크러쉬(Girl Crush)’가 최근 대중문화 속 인기를 끌면서 일반 여성들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등 일상생활에도 ‘걸크러쉬’ 문화가 침투하고 있다.

요즘 뜨는 걸그룹 마마무

상당수 여성들은 ‘걸크러쉬’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하지 못하는 억압된 것들을 기센 언니들을 통해 분출하는 게 대리만족이 된다”고 평했다.

직장인 최모(26ㆍ여)씨는 “유튜브 스타 김이브씨가 아프리카TV 방송을 할 때 실시간 성희롱 댓글이 많았다. 당시 한 남성의 ‘누나 가슴성형 했어요?’라는 댓글의 김씨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야 여기 그런데 아냐. 나가’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는데 너무 멋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한국 사회에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데 요즘에 센언니들이 등장해 그 억압된 걸 잘 짚어줘서 속 시원하고 좋다“며 웃었다.

배우 고준희

주말 오후 기자가 돌아본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여성의류매장에서도 ‘걸크러쉬’ 문화의 강세가 엿보였다. 봄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봄 분위기가 나는 ‘여성스런’ 옷 보다는 오히려 가죽과 스팽글(반짝거리는 얇은 장식 조각) 등 과감한 옷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중성적이고 다소 보이시(남성적)한 옷을 판매하는 의류매장 직원 한모(26ㆍ여)씨는 “취향이야 다양하지만 사실 요즘엔 중성적인 스타일 옷 반응이 좋다. 약간 세 보이는 느낌을 선호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랩 대결 프로그램에서 ‘걸크러쉬’ 가수들이 인기를 끌면서 힙합스타일의 스냅백(챙이 평평한 모자) 모자를 취급하는 매장에도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H모자 매장 직원 박모(23)씨는 “스냅백 모자는 원래 남성들이 많이 찾긴 했지만 요즘엔 여성 손님들도 본인이 직접 쓰려고 많이 찾아오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걸크러쉬는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남 F헤어샵의 백모 원장은 “최근에 숏컷(짧은 머리)을 한 고준희씨 사진을 들고와 똑같이 해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다소 과감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인기가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강남의 A화장품 매장 직원 오모(27)씨는 “약간 세 보일 수 있는 버건디레드(검붉은) 색상 립스틱이 요즘 유행이라 잘 나간다. 세게 보이는 느낌이 좋아서 제품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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