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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자락 고즈넉한 동네…드라마 단골 촬영지로 유명
뉴스종합| 2016-02-29 11:42
초등학교 2학년 봄방학때 기자촌으로 이사를 했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까지 그곳에서 살았으니 청소년기 대부분을 기자촌에서 보냈다.

기자촌은 내게 남달랐다. 학교를 갔다와서 책가방을 던져 놓고 진돗개를 데리고 북한산을 오르고 친구들과 아침 종점으로 썼던 공터에서 축구, 야구를 하며 놀았다. 삼천리 계곡쪽으로 가서 가재도 잡고 피라미도 잡으며 어린시절을 만끽했다.

게다가 기자촌 집들은 대부분 대지 165㎡(50평)에 건평은 60~70㎡로 정원이 있었다. 우리집 정원 가운데는 연못도 하나 만들어 그 위에는 포도나무 덩굴이 그늘막을 대신했다. 청소년기를 자연을 배우며 생활한 것이 지금까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 촬영한 집

세월이 흘러 일부 집들은 다시 짓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을 전체에서 풍기는 아늑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처럼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철거 되기 전까지 기자촌에서는 많은 드라마가 촬영 됐다. 굳세어라 금순아, 왕꽃선녀님, 나도야 간다 등이 촬영된 것으로 기억된다. 연출자들이 아파트 빌딩으로 바뀐 서울에서 그만큼 아름다운 동네는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근대유산이 은평뉴타운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처음에는 기자촌은 은평뉴타운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후에 은평뉴타운에 포함시키고 모두 철거를 해 버린것. 당시 관계자들이 조금만 폭넓게 기자촌을 봤다면 허무하게 철거를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할수는 없으니 서울시나 SH공사가 모두 매입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리고 노후화 된 집들을 리모델링해 장기전세단독주택(시프트)으로 공급하면 서울시는 1970년대 주거 문화가 살아있는 한 마을을 통째로 문화유산으로 보유할수 있었다.

부산 감천마을이 인기다. 웬만한 아파트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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