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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중심사회?... '학벌', '재력'도 능력
뉴스종합| 2016-03-01 11:01
[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능력 보고 뽑는다 말들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 주변에 취업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서울 중심의 4년제 대학 출신이거나 돈 좀 있는 집 자녀들이다. 능력중심사회는 아직 먼 나라 얘긴 것 같다.”

취업준비생 한 씨(29ㆍ남)는 능력중심 채용이란 말을 믿지 않았다. 지방대 출신인 그는 여전히 능력을 ‘학벌’이나 ‘재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능력중심사회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보면 일부 응답자들은 능력중심사회에서 인식되는 ‘능력’을 여전히 ‘스펙’이나 ‘학벌’, ‘학력’ 등으로 꼽았다.

취업박람회에 몰려든 청년들[헤럴드DB]

연령별로도 능력중심사회의 의미를 알고 있는 비율은 50대 52.5%, 40대 45.7% 등으로 40~50대가 능력중심사회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대는 38.6%, 30대는 33.1% 순으로 능력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었다.

이는 실제 기업의 청년 채용에서 여전히 능력보다 ‘대학간판’이란 학벌 위주의 채용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현실을 대변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보고서 ‘대졸자 첫 일자리 고용의 질 측정 및 결정요인 분석’을 보면 청년 대졸자가 좋은 일자리를 얻는데 여전히 학벌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형태와 시간당 임금, 복리후생, 노동시간, 직원 수, 노조ㆍ사회보험 가입 여부 등을 따져 일자리의 질을 0~14점 구간의 점수로 환산한 결과 4년제 수도권 대학 출신 청년들의 일자리 질이 9.3점으로 비수도권 대학 출신(8.6점)보다 높았다.

능력을 ‘부모님의 재력’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성인 13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이 꼽은 대한민국 성공요소 1순위는 경제적인 뒷받침, 곧 부모님의 재력(41.0%)이 차지했다. 인맥 및 대인관계 능력(13.8%), 개인의 역량(13.7%)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다. 이른바 ‘금수저’로 비유되는 수저계급론이 또 다른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능력중심사회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능력중심사회의 의미를 이해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 소득별로 능력중심사회의 의미를 알고 있는 비율을 보면 가구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경우는 31.1%인 반면 500만~600만 원대는 55.2%로 나타나 이들 집단 간에 최대 24% 포인트 가량 차이가 났다.

이에 진정한 능력중심사회가 구축되려면 노동시장에서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 및 선발 체제가 확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지선 직업능력개발원 인적자원정책센터장은 “학력이 아닌 개인의 다양한 능력을 정당하게 인정받으려면 능력 개발과 패자부활전과 같은 재도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기업에서도 직무별 특성에 따라 객관적ㆍ합리적인 채용과 보상 기준을 정하는 것이 능력중심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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