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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대학가는 지금] 싼 월세찾아 3만리…끼니는‘인간사료’로…대학생 3중고 신음
뉴스종합| 2016-03-03 11:32
학교인근 월세 천정부지
울며겨자 먹기 장거리 통학
유통기한 임박한 냉동식 구매도



#. 숭실대에 재학 중인 진모(23) 씨는 저렴한 월세를 찾아 자취방을 신림동에 마련했다. 진 씨는 “보증금도 없이 월세만 25만원인 고시원이 신림동에 있어 여기서 자취를 하게 됐다”며 “숭실대까지 교통비가 들긴 하지만 신림에서 머무는 편이 더 저렴해 몸이 좀 더 고생하는 길을 택했다”고 털어놨다.

#. 대학생 이정호(25) 씨는 이른바 ‘인간사료’라고 불리는 A식품사 냉동 볶음밥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가 많다. 이 씨는 “(냉동 볶음밥이) 한 팩에 1000원을 넘지 않는데 거기에 김이나 고추장을 뿌려 먹으면 그럭저럭 먹을만하다”면서 “주거비가 점점 많이 드니까 내가 줄일 수 있는 부분에서 줄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월세, 식비 등 생활비를 줄이기 위한 대학생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값싼 자취방을 찾아 일부러 장거리 통학을 택하는가 하면, 서너명이 십시일반해 10평 남짓한 집에서 몸을 구기며 사는 일도 적잖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건강을 ‘버리는’ 일도 부지기수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J부동산중개업소의 김모 대표는 “월세가 워낙 비싸니 신촌 일대 대학생들의 경우 5만원 남짓이지만 조금이라도 저렴한 연희동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마다 오르는 월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장거리 통학을 택하는 대학생들은 진 씨 뿐만이 아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24) 씨도 “친 동생, 친구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12평짜리 주택에서 생활한다”며 “학교는 다소 멀지만 월세가 30만원에 불과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7000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은 LH공사에서 전세대출을 받았다.

저렴한 월세를 기대하며 민자기숙사에 눈을 돌리는 대학생들도 적잖지만, 주변 원룸 시세보다 최대 30% 이상 비싸 부담이 크다. 민달팽이 유니온 등에 따르면 한양대 스마트빌의 1학기 기준(방학을 제외한 4개월) 기숙사 비용은 294만원으로 주변 원룸 시세(4개월치)보다 73만원(33.15%)이 비쌌고, 건국대 쿨하우스는 218만원으로 주변 시세(187만원)보다 31만원(16.52%) 높았다.

서울 시내 대학가 상당수 원룸의 월세가 평균 40만~50만원. 부모님께 손도 벌리고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비용을 충당하려 해도 비용이 상당해 일부 대학생들은 식비까지 줄여가며 생활비를 아낄 수밖에 없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김민희(23ㆍ여) 씨는 “한 끼 식사를 하는 데 1시간도 안 걸리면서 식비는 몇 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벌 수 있는 정도”라며, “학기 중에야 다들 나가서 먹으니 따라 먹지만, 방학 때는 가격에 맞춰 저렴한 학생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이선재(28) 씨는 “예전엔 연세로에도 값싼 분식집이나 백반집이 있었는데 도로정비사업 이후 모두 뒷골목으로 밀려났다”며 “현대백화점 뒤편은 인근 대학생들이 찾아가기엔 다소 멀고 불편해 요즘은 원룸촌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이마저도 부담이 돼 ‘인간사료’로 한 끼를 때우는 대학생들도 적잖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송석현(27) 씨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냉동 볶음밥을 대량으로 사면 한 팩에 300원에도 살 수 있는데, 주변 자취생들 중에는 이런 ‘인간사료’를 먹는 친구들도 있다”면서 “이렇게 한달 내내 먹으면 식비가 5만원도 들지 않아 한때 인기였다”고 설명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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