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이세돌 vs 알파고 D-3] 패(覇)싸움이 ‘인간 vs 기계’ 승부 가른다
뉴스종합| 2016-03-06 10:44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 결과를 놓고 바둑팬은 물론 지구촌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는 그냥 바둑 대결이 아니다. 인간 대표 이세돌과 인공지능(AI) 대표 알파고가 맞붙는 것으로, 인간 대 기계의 싸움이다. 인간의 두뇌 영역을 야금야금 허물어온 인공지능이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을 넘는다면 정말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인간으로선 바둑영역을 인공지능에게 넘겨주는, 다소 굴욕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바둑은 오랫동안 인간의 영역을 고수해왔다. 착점 하나와 그에 따른 수천 수만개의 대응 착점, 반상의 오묘한 진리와 숨은 수, 끈기와 인내를 담은 바둑은 인간의 창의성을 대변해왔다. 그런 바둑이기에 이세돌 9단에 도전장을 낸 알파고가 과연 인간 최고수의 벽을 넘을지 온통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이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반상대결은 오는 8일 포시즌스 호텔에서 사전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총 5번의 열전에 돌입한다. 대국방식은 호선으로 진행되며, 1국은 3월 9일, 2국은 10일, 3국은 12일, 4국은 13일, 5국은 15일에 각각 오후 1시에 열린다. 우승자에겐 100만달러 상금이 주어진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이미 이 세기의 대결에 대해선 수많은 예측이 이뤄지고 있다. 대다수 아직은 이세돌 우세를 점치고 있다.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물리친 후 약 6개월간 고도의 진화를 다시 일궜더라고 해도 판후이보다 한참 위를 선점하고 있는 이세돌 9단에게는 현재까진 무리라는 게 그 전망의 배경이다.

꼭 그렇지도 않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알파고의 진화 속도를 보면 이세돌도 위협을 느낄만큼 충분히 강해져 있을 것이고, 만약 예상보다 더 알파고가 강하면 이 9단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알파고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연구하고, 과학적 분석을 통해 한점 한점 착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세돌 9단이 창조적인 수를 들고 나올때 어떻게 대응하는 가에 승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집과 유불리를 계산하는데 고도의컴퓨터 능력을 발휘할 알파고이지만, 인간의 창조적 수에서도 일관되게 그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가 관건이라는것이다.

이런 가운데 패(覇)싸움이 5번기 대국 중 상당수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패’는 양쪽 돌이 한 점씩 단수로 몰린 상태로 물려 있어 서로 잡으려는 형태를 뜻하는 말이다. 패는 궁지에 몰리는 편이 감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수 바둑에선 거의 대부분 일어나는 게 패 싸움이다.

이세돌 9단은 패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사로 통한다. 상대방이 패를 걸어오면 이길 확신이 있을 경우 피하는 법이 없으며, 불리할 경우 과감하게 패를 걸어 역전을 시키곤 한다. 패싸움에 능수능란하다는 뜻이다.

이런 패싸움은 계산 논리가 아닌, 초절정 감각과 대세에 대한 직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패싸움은 계산능력이 중요하지만, 시기도 중요하다. 즉, 패는 아무때나 거는 게 아니다. 패를 거는 시점은 직관이 중요하다. 계산논리에 맞춰 패를 걸다보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고수 바둑에선 허다하다.

그래서 패는 오묘한 수로 통한다. 



바둑 전문가들은 바둑이 최고의 두뇌스포츠로 불리는 까닭엔 ‘패’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불리하면 패로 버티는 대국에서 숱한 역전의 바둑 대결을 바둑팬들은 경험해 왔다.

현재까진 패의 활용도는 창의성을 가진 인간이 더 뛰어나다는 게 정설이다. 인공지능은 패의 유불리, 즉 패를 이기느냐 지느냐의 이분법적으로 게임에 임하지만 인간은 유불리 외에도 종반까지의 대국흐름까지 연계해 활용하기에 이세돌이 적재적소의 패 활용을 통해 알파고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게 다수의 바둑 전문가 평이다.

물론 6개월전 판후이 2단을 이겼을때의 알파고와 지금의 알파고는 분명 다르다. 훨씬 진화된 버전이라는 것이다. 패에 대해서도 각종 연구를 했고, 철저히 준비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오묘한 진리가 숨어있는 패에 관해선 이세돌 9단이 유리하기에 승리 무게중심은 이 9단에 쏠린다는 견해가 대다수다.

물론 장담은 이르다. 패싸움은 끈기와 집념을 요한다. 바둑에서 엄청난 체력이 요하는 것 중 하나도 지루한 패싸움도 한몫한다. 패싸움에 대해 알파고가 완벽 습득했다면, 이세돌 9단에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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