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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긴장시킨 알파고… 인간 '직관'까지 흉내낸다
뉴스종합| 2016-03-08 14:52
‘알파고’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왼쪽)와 이세돌 9단. 에릭 슈미트 구글 CEO(오른쪽)

[HOOC=이정아 기자]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앞둔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알파고도 양질의 학습데이터로 실력이 향상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이날 이세돌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 유효하지만 실수가 나오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지난달만 해도 그가  “(5번의 대국 중) 3대 2 정도가 아니라 한 판을 지느냐 마냐 정도가 될 것 같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대비됩니다.

하사비스 CEO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국 이후 알파고도 피드백을 많이 받고 시스템이 개선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구글의 알파고 알고리즘 내에 자가 학습이 가능한 데이터망이 구축돼 있고 프로바둑 기사들이 둔 3000만 건의 대국기보가 이 알고리즘에 입력돼 있습니다. 하사비스는 “알파고는 절대 겁먹지 않고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알파고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

반면 이세돌은 “조금 긴장은 해야할 것 같다”며 자신의 승리 가능성을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자리에서 다시 보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며 “알고리즘을 보니 인간의 직관을 어느정도 모방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긴장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세돌은 “컴퓨터가 인간보다 지나치게 많은 수를 계산한다면 오히려 실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데 알파고는 계산 범위의 수를 대폭 줄여서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국의 결과가) 5대 0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번 대국의 승자에게는 100만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주어집니다.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에 기부됩니다.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됩니다. 또 시간 규정에 있어서는 두 기사가 제한시간 2시간을 갖게 되고 2시간을 모두 사용한 뒤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집니다. 다섯 번의 대국이 치러지며 첫날인 9일부터 유튜브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됩니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세돌 9단


다음은 이세돌 9단, 하사비스 CEO와의 일문일답.


- 이세돌을 상대하는 알파고, 최대 약점과 강점은?
▶ (하사비스) 알파고의 강점은 피로하지 않고 절대 겁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인간이 이세돌과 대국한다면 긴장하겠지만 알파고는 기계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없다. 또 시스템을 여러 차례 테스트하고 예측치를 가지고 있지만, 대국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이 이세돌의 천재적인 기량을 어떻게 극복할지 보려고 한다.


- 이 게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 (이세돌) 아무래도 인간의 직관력을 인공지능이 따라오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알고리즘 설명을 들으면서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겠다, 알파고는 계산 범위의 수를 대폭 줄여서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국의 결과가) 5대 0으로 승리하는 확률까지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알파고의 학습에서 한계가 있는가?
▶ (하사비스) 우리도 이 점에 대해 테스트하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알파고가 가진 능력 향상의 한계를 보지 못했다. 인간은 학습 능력에 한계가 있고, 기계 역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보지 못했다.


- 사람이 아닌 기계를 상대로 어떤 특별한 준비를 해왔는지?
▶ (이세돌) 숱한 대국을 해왔지만 이렇게 생소한 느낌은 처음이다. 새로워서 기분이 좋다. 알파고가 사람이 아니다보니 준비하는 과정은 아무래도 다르다. 사람을 상대로 할 때는 기운과 기세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국에서는 그러한 것을 읽을 수 없다. 혼자 두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것에 대한 대비는 하루 1~2시간 가상훈련을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 알파고가 이세돌과 경기를 치르고 바로 대국을 학습한 뒤 다음 대국을 치를 수 있는 건가?
▶ (하사비스) 알파고가 만들어진 방법을 본다면 새로운 법칙을 하루 안에 프로그램할 수 없다. 트레이닝을 통해 학습하게 돼 있고, 이는 시간이 걸린다. 수천 개의 데이터가 있어야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 있다. 이번 경기가 많은 정보를 줄 것이다. 어떠한 경기 패턴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매일 저녁마다 프로그래밍 할 수는 없다.


- 알파고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하사비스) 이번 대국을 통해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알파고가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학습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국 결과에 상관없이 인간의 창의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 보건 분야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또 정확한 진단에 기여할 것이다. 알파고의 시스템과 기술은 다른 여러 가지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량의 데이터와 구조를 이해하면서 분야에 상관없이 기여할 수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바둑대국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 이정아 기자 dsun@

- 알파고가 낡은 수를 많이 쓴다는 지적이 있다. 판후이 2단과의 대국 이전과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앞두고 훈련 방법에 차이가 있는가?
▶ (하사비스) 특수 트레이닝을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하지는 않았다. 10월 버전과 이번 버전에 차이는 있다. 훨씬 더 양질의 데이터다. 자가 학습이라 알파고가 향상될 수 있었다. 피드백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 언제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 있을까? 등장한다면 그 위험성은?
▶ (하사비스)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아주 강력한 도구다.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중립성을 가진다.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책임감 있게 윤리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구글과 딥마인드는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윤리에 신경 쓰고 있다.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한다.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이 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지금은 게임을 하는 수준이다. 상당히 많은 연구와 도전 과제를 극복해야 인간 수준이 가능하다.


- 만약 알파고가 이긴다면 바둑은 컴퓨터가 가장 잘하는 게임이 된다. 그러면 바둑에 대한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이세돌) 물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둑의 아름다움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둑의 값어치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는 인간의 그런 것을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알파고가 엄청난 데이터를 가지고 훈련하지만 양질의 데이터는 적을 수도 있다.
▶ (하사비스) 알파고는 인간 프로기사를 대비해 상당히 많은 훈련을 했다. 물론 그 양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기사는 30~35세 정도 되면 1년에 1000번 정도 대국하는 걸로 알고 있다. 평생이면 수십만 건을 치를 것이다. 또 기보도 많이 공부하고 숙지할 것이다. 스승으로부터 지도도 받을 것이다. 알파고는 이런 과정이 없다. 정제된 지식을 받지 못한다. 알파고는 자가 경기를 치렀다. 방대한 양이지만 스승이 없다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


- 알파고가 수에 따라 두는 시간이 다른가? 또 타이젬을 통해 훈련을 했는가?
▶ (하사비스) 알파고는 시간을 계산한다. 어려운 수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타이젬은 개발자의 개인적인 계정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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