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가 9일 발표한 북한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인근 국가의 TV나 라디오 신호 수신이 가능해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 등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탈북자는 앰네스티와 인터뷰에서 “안테나를 조정하면 한국 드라마를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다”며 “정부에서 배급하는 TV는 채널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한국 방송을 보려는 사람들은 중국 등에서 TV를 따로 반입해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정부는 평양 등 도심지에서는 전파 교란을 통해 한국에서 송출되는 라디오와 TV 전파를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도시에서 20㎞는 떨어져야 한국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중국을 오가는 밀수상들은 가전제품 외에도 한국 드라마가 담긴 DVD나 USB메모리를 반입한다. DVD의 경우 당국의 승인을 받은 북한 영화 표지를 씌워 위장하고 USB메모리는 은폐해 반입한다. ‘겨울연가’와 ‘가을동화’ 등은 북한 주민들이 많이 본 대표적 드라마이고 ‘옥탑방 고양이’, ‘대장금’ 등도 한때 유행했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109 그루빠‘로 알려진 전담조직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외국 매체를 보는 주민들을 적발, 처벌하고 있다. 이웃 단위의 감시 활동인 인민반 안에 보위부 정보원을 상주시켜 모든 수상한 활동을 보고하고 이웃을 감시한다.
한 탈북자는 “인민반장은 각 가구에 몇 명이 있는지, 못 보던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지 확인하고 보위부에 보고하는 역할인데 이들이 최근에는 라디오와 외국 DVD 등 불법적인 전자제품 사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사용되는 DVD 플레이어의 경우 전기가 끊기면 DVD를 꺼낼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단속에 나설 때 불시에 전기를 끊고 수색한다. 이에 주민들은 아예 두 개의 DVD플레이어를 준비해 한쪽에는 허가된 영상을 한쪽에는 한국 드라마를 재생해 놓고 전기가 끊기면 한국 드라마를 재생하던 플레이어를 통째로 숨기고 있다.
북한 형법 제 185조는 “적들의 방송을 들었거나 적지물을 수집, 보관하거나 유포한 사람은 최대 1년까지 ’노동 단련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죄가 무거울 경우에는 그 기간이 최대 5년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적들의 방송’과 ‘적지물’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북한 외부에서 제작된 시청각 자료, 특히 한국과 미국에서 자료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북한 법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단속이 되더라도 뇌물을 제공하면 풀려나는 경우가 많지만 포르노물을 시청하거나 체제 비판적 요소가 있는 영상일 경우 본보기로 처형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앰네스티 측은 “유엔 사회권 위원회는 개인의 타문화 접근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장벽이나 장애물을 반드시 즉각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며 “유엔 인권조약 당사국인 북한 정부의 규제는 과도한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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