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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없는 長학생②] 지방대? 文科가 족쇄, 일자리 미스매치에 우는 문과생
뉴스종합| 2016-03-10 09:00
인문ㆍ사회계열 출신 일자리 태부족
공학ㆍ의약계열은 오히려 ‘구인난’
전문가들 “문과생 활용방안 찾아야”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수도권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에 뛰어든 윤모(27)씨는 요즘 인문계열에 진학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학과 친구들 태반은 대학원을 가는 게 아니면 전부 실직자다. 윤씨는 그나마 유통경영학을 복수전공해서 가끔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있지만 수십번의 탈락 앞에 지칠대로 지쳤다. 윤씨는 “문과가 취직이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취업할 때가 되니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지방대를 간 게 인생의 족쇄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진짜 족쇄는 문과를 간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윤씨는 아예 전문대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최악의 취업난 속 청년들의 아우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과 졸업생들은 좌절감에 빠져 소리칠 힘마저 잃고 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지여인’(지방대ㆍ여자ㆍ인문계, 취업이 어려운 3대 조건) 등 문과생들의 취업난을 가리키는 ‘신조어’들은 이제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문과생들의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향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울한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전체 일자리수를 초과해 사회로 배출되는 대졸자수는 79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같은 취업난은 고스란히 문과생에게만 해당된다. 인문(10만1000명), 사회(21만7000명), 사범(12만명) 등에서는 대졸자의 공급이 일자리 수를 초과하지만 공학 계열은 대졸자 수보다 일자리 수가 더 많아 오히려 21만5000개의 일자리가 남는 것으로 전망됐다.

자괴감에 빠진 건 비단 지방대 문과생만이 아니다. 서울소재 상위권대 불문과 4학년 나모(27)씨는 취업이 너무 어려워 보험계리사 자격증을 준비했지만 최근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마저도 포기했다. 나씨는 “고등학교 때는 수학 부담이 적은 문과가 쉬운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크게 후회한다. 정말 쉬운 길은 이과였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어른들의 조언처럼 눈높이를 낮추면 되지 않을까. 지방 사립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역사 유물 관련 연구소에 취직한 이모(26)씨는 열악한 처우 때문에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역사 유적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이씨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뒤에도 지금과 같은 월180만~200만원의 월급으로 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사 선배들을 보면 10년을 일해도 월급에 큰 차이가 없다”며 “어릴 땐 내가 좋아하는 전공을 선택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내 자식 낳으면 무조건 이과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실업난을 겪고 있는 문과생들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문계 학생들은 아무래도 이공계보다 언어나 표현 능력에서 장점이 있고 이는 기업의 다양성과 성장의 동력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공계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면 문과생을 뽑아 기술 교육을 하는 등 다양성 고려 측면에서 인문계에 대한 채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장은 전문성 있는 친구들 실무 경쟁력이 뛰어날지 몰라도 미래에는 뭔가 상상력을 발휘해 인문학적 감성이 조합된 새로운 인재들이 필요하다”며 “문과든 이과든 대학에서 가르쳐 놨으면 그에 맞는 재주를 발휘하고 경쟁할 수 있게끔 정부가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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