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리얼푸드]패션피플이 줄선 음식점 비결은?
헤럴드경제| 2016-03-14 11:00
하나의 장식처럼 여겨지는 ‘열쇠고리 마카롱’, 그 자체가 ‘잇푸드’로
디저트마다 구찌 마크 붙여 매력적 카페로 부상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 뉴욕시티에 프랑스 마카롱 전문점 ‘라뒤레’ 가게 앞은 1년 365일 여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세계 곳곳의 여성 ‘패피’(패션 피플)들에게 있어 라뒤레 마카롱은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잇 아이템’이다. 이들에게 있어 라뒤레는 단순한 디저트가 아닌 하나의 악세사리다.

바야흐로 ‘잇 백’이 아닌 ‘잇 푸드’의 시대다. 같은 음식이라도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태그가 붙어야 인기를 끈다. 소비자들은 같은 음식이라도 맛과 건강, 그리고 미적 각각을 살린 음식을 찾는다. 삼성패션연구소가 ‘푸드 이즈 뉴 패션(Food is New Fashion)’이라는 보고서를 낼 만큼 음식은 이제 ‘영양수단’에서 ‘패션 수단’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SNS) 상에는 그날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분위기 있는 식당을 방문했는지 뽐내는 글로 가득차 있다.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뉴욕 치즈 팩토리의 사진만 하루 평균 4899건이 업로드된다.

맛과 건강, 그리고 이미지에 좋은 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덕분에 비싼 제조방식을 이용해 고급화한 고가의 프리미엄 식품 판매가 늘고 있다. 장기 불황 속에서도 식음료 업계는 까다로운 ‘헬프(헬스+프리미엄 식품)족’을 위한 고가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미지’ 하나로 고급 브랜드로 거듭나는 음식들

세계 최고급 고기를 꼽으라면 단연 일본 고급 소고기인 ‘와규’와 스페인 청정 들판서 자란 ‘이베리코 흑돼지’, 그리고 호주산 청정우 등을 꼽을 것이다. 와규는 국제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는 육류로, 개량품종한 육류를 고급스럽게 브랜드화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식자재 자체가 하나의 고급스럽 브랜드가 되는 데에는 이미지와 희소성이 크게 작용한다.

3대 마카롱인 라뒤레와 피에르에르메, 피에르 르동도 마찬가지다. 마카롱의 처음 모습은 크림없는 쉬폰형태의 빵이나 머랭조각에 불과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프랑스 마카롱 전문점인 라뒤레가 처음으로 머랭조각에 가나슈를 채워넣은 더블데커 마카롱을 개발했다.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마카롱’의 이미지는 라뒤레에서 탄생한 것이다. 오늘날 세계 3대 마카롱으로 꼽히는 라뒤레는 155년 역사를 자랑한다.

마카롱은 본래 프랑스 과자가 아니었다. 16세기 중반 이탈리아 피렌체의 귀족 카트린드 메디치가 프랑스 국왕 앙리 2세와 결혼할 당시 처음으로 소개됐다. 결혼식장에서 마카롱을 맛본 사람들이 프랑스 각 지방에 퍼트려 오늘날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라뒤레의 또다른 매력은 매장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마카롱 장식에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케하는 바로크 기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콤팩트에서 열쇠고리까지 이미 라뒤레 마카롱은 하나의 장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벨기에 마카롱 최강자인 피에르 르동은 본래 독창적인 초콜릿 상품으로 유명했다. 피에르 르동은 머랭 조각에 초콜릿을 채우거나 머랭 위에 코코넛 가루를 뿌리는 등 다양한 맛의 마카롱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카롱은 프랑스’라는 인식을 깨트리고 피에르 르동은 최그급 마카롱 브랜드로 거듭났다.

세계 3대 진미라 불리는 송로버섯과 캐비어, 푸아그라 역시 진귀성과 고급요리에만 쓰인다는 이유로 죽기 전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잇 푸드’로 자리매김했다. 

뉴욕 랄프 로렌의 폴로바 [자료=폴로바 홈페이지]


푸드, 브랜드의 옷을 입다

음식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음식이 나의 건강상태를 나타낸다지만, 나의 생활양식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샤넬의 칼 라거펠트가 S/S 패션위크 런웨이를 카페로 탈바꿈시킨 것도 이러한 계산 때문이다.

미국 클래식을 대표하는 랄프 로렌은 지난해 파리 생제르맹에 부티크 레스토랑을 열었다. 안장 가죽을 활용한 쇼파와 의자, 목재 가구를 이용해 고풍스러우면서도 중후한 매력을 살렸다. 벽에는 폴로의 상징인 승마 삽화가 곳곳에 장식돼있다. 랄프 로렌이 취급하는 음식은 말 그대로 미국 요리다. 뉴욕 치즈케익에서부터 수제 햄버거까지, 일반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즐길 수 있는 메뉴이다.

장식은 화려하지만 메뉴는 평범한 이 레스토랑을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랄프 로렌은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게 메인 주의 랍스터와 뉴욕 치즈 케익 등 비싼 식자재를 직접 들여와 요리를 내놓는다. 스테이크나 햄버거의 패티의 경우, 콜로라도 주에 있는 랄프 로렌 개인의 ‘더블 RL 목장’의 쇠고기를 사용한다. 미국 패스트푸드의 고급화를 시도한 랄프 로렌의 레스토랑은 프랑스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사교 모임 장소로 성장했다. 미국 패션의 도시 뉴욕에도 입점한 랄프 로렌의 ‘폴로 바’는 미국 엘리트가 찾는 유명 명소가 됐다. 같은 햄버거라도 패션 브랜드와 비싼 식자재를 곁들인 음식이 더 많은 인기를 끌게 된다.

이웃나라 일본의 도쿄 긴자거리를 가득 채운 구찌ㆍ돌체앤가바나ㆍ불가리의 부티크 카페 역시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특별한’ 요식업체로 부상했다. 구찌카페에서 판매하는 밀푀유 세트는 하나에 2100엔을 호가하지만 여성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여성들은 “이탈리아 식재료를 이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의 디저트를 제공한다는 것이 매력”이라며 “무엇보다 디저트마다 구찌마크가 붙어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구찌카페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영국 영양학자 길리안 맥키스가 남긴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은 건강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패션 브랜드들이 요식업에 도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류 브랜드처럼 음식도 이젠 한 사람의 개성이나 사회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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