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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잇 푸드는 고급스러워야 한다?
헤럴드경제| 2016-03-14 11:00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 도쿄 와세다 대학생들이 최근 깊은 상심에 빠졌다. 와세다 대학교 앞에 일본판 ‘욕쟁이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음식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메뉴라곤 가정식 까르보나라와 볶음밥밖에 없는 비좁은 가게였지만 구수한 매력에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매일 오전 11시 30분 쯤이면 정체불명의 중국인들이 미국 퍼듀공대 앞을 찾아와 도시락을 판매한다. 볶음밥에서부터 불고기덮밥, 그리고 각종 중국요리가 담겼지만, 구입하기 전까지 무슨 메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퍼듀대학교가 있는 인디애나 주 웨스트 라파예트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이들이 판매한 도시락을 먹으러 학교 주변을 서성인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잇 푸드’가 되려면 무조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려야 할까? 정답은 ‘NO’다. 


오히려 길거리 음식이나 서민 먹거리는 값싼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잇 푸드’로 부상하는 서민 먹거리의 조건은 언제든 누구나 함께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남성들 사이 꼭 먹어봐야 할 ‘잇 푸드’는 가격 500~800엔(약 5000~8000원)을 오가는 라멘이다. 각 지역마다, 그리고 각 시ㆍ군마다 라멘의 맛이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의 라멘을 섭렵하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도 많다. 고급스러움을 따지기 보단 언제든 먹을 수 있고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찾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와세다 대학교를 다닐 때 지낸 와케이주쿠 기숙사에서는 두 가지 기름 소스로 만든 ‘아부라 소바’(油そば)가 ‘잇 푸드’로 통한다. 그것도 새벽 1시~4시 사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짭쪼름하면서 은근한 단맛이 매력으로 20분 동안 대기해야 할 만큼 인기가 많다. 6~7명 남짓 들어갈 수 있는 비좁은 공간의 허름한 식당이지만 여성들 사이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먹거리 없기로 유명한 영국에도 ‘잇푸드’로 유명한 길거리 음식이 많다. 런던 브리지 옆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버로우 마켓과 캠던 마켓은 복닥복닥 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빠에야에서부터 패스티까지 각종 음식을 즐길 수 있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영국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패스티’는 런던을 찾은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먹어봐야 할 잇 푸드다. 영국 콘월 지방 주석광산의 광부들이 일 할때 싸가지고 다니던 고기 파이인 패스티는 일반 시민에서부터 관광객, 정치인들에게까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광부들의 주먹밥 개념이었던 패스티는 오늘날 세계 패스티 요리 대회까지 열릴 정도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싼 가격의 식재료만 쓰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씌워야지만 꼭 ‘잇 푸드’가 될까. 마카롱에서부터 라면까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잇 푸드’들의 특징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참치가 고급 스시의 대표로 꼽히는 것도 참치 요리 대가들을 중심으로 이어져온 ‘장인 정신’ 때문이다. 결국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더 깊게 그리고 진하게 담았느냐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잇 푸드’가 될 수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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