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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야죠”ㆍ“맛이 나빠요”…알쏭달쏭 바둑용어 알고 보자
뉴스종합| 2016-03-15 11:22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15일 오후 1시부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번기 마지막 대국이 펼쳐진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세기의 대결 답게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TV 중계로 경기를 지켜 볼 전망인 가운데 관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해설자들이 언급하는 용어를 소개한다.

빵때림=해설자들이 중간 중간 “때려야한다”, “때리겠죠” 라고 말을 할 때가 있다. 이것은 바둑 용어 ‘빵때림’에서 나온 말이다. (빵)때림은 바둑판 위 빈 밭에서 단수가 되어 있던 돌 한점을 따내는 일로, 즉 상대방의 돌 한점을 사방에서 네 수로 포위해 따내는 것을 뜻한다.

=“맛이 있다”, “뒷맛이 좋지 않다”는 등 바둑에서 ‘맛’은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어떤 수단의 가능성을 뜻한다. 당장 수가 되지는 않지만 향후 수가 진행된 뒤 주변의 조건 충족 여하에 따라 여러 수단이 생기는 상태다. 돌과 돌이 절충한 뒤 그 결과로 남는 맛은 ‘뒷맛’이라 하며, ‘뒷맛’이 대개 불확실한 여지인데 비해 ‘맛’은 가능성이 높은 수단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호구(虎口)=‘호구’는 문자 그대로 ‘범의 아가리’로, 돌들이 마치 호랑이가 입을 벌린 듯 삼각 구도를 이루는 모양을 뜻한다. 이 호구 모양의 삼각 구도 가운데 지점은 상대방이 돌을 놓는 순간 단수 상태에 놓여 바로 잡히기 때문에 자신의 돌을 안전하게 이어가는 기본적 착수 방식 중 하나다. 일상생활에서는 위험한 상황을 모르고 어수룩하게 대처해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미생(未生)=동명의 인기 웹툰과 드라마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진 ‘미생’은 완전히 살아있는 상태가 아님을 뜻한다. 바둑판 위의 돌이 미생이 아닌 완전히 살기 위한(완생.完生) 최소한의 조건은 ‘부서질 수 없는 독립된 두 집’이 있는 상태다.

축(逐)=돌이 단수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잡히지 않으려고 달아나도 다시 상대방의 한 수에 단수가 되기를 반복해 계단과 같은 모양으로 단수가 계속돼 결국은 죽게되는 모양. “축으로 잡힌다”는 표현은 결국 단순히 돌을 이어 달아나는 방법으로는 살 수 없는 돌이 되었단 뜻이다.

사활(死活)=말 그대로 돌의 ‘죽고 사는 문제’로 일상생활에서도 ‘사활이 달렸다’는 식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세돌 9단은 ‘사활의 신’으로 불릴만큼 사활이 달린 전투 상황에서 수읽기에 강하다.


수상전(手相戰)=서로간의 ‘수싸움’을 뜻한다. 양측의 미생마(未生馬)가 맞물려 달아날 여지가 없이 갇혀 있는 형태에서 벌어지는 사활의 수싸움.

패(覇)=패는 나와 상대의 접해있는 돌이 서로 단수로 맞물려 있는 모양이다. 이 경우 서로 따내는 자리에 번갈아 두면 똑같은 모양이 반복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 쪽이 돌을 따내면 상대방은 다른 곳에 한 수 이상 착수를 한 이후에 다시 따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패는 바둑의 변화를 가능케하는 묘미가 있다.

꽃놀이패=꽃놀이패는 패 가운데 한쪽은 잘못 두더라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으나 상대방은 큰 피해를 모면하기 어려운 패를 뜻한다. “지금 상황은 내게 꽃놀이패야”라는 말은 상대방은 선택 여하에 따라 큰 위기에 빠질 수 있으나 본인은 어떤 선택을 해도 큰 손해가 나지 않거나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즐거운 상황에서 쓰인다.

장고(長考)=장고란 오래도록 깊이 생각하고 골똘히 궁리하는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소비하면서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 최선의 수순 등을 헤아려 착수를 하기까지 깊이 몰입하는 과정으로, 일상에서도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장고에 돌입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장고 끝에 악수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치게 오래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초읽기=일상 생활에서도 어떤 임박한 선택이나 발표를 앞두고 있으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장고가 잦아져 주어진 제한시간을 다 쓰고 나면 초읽기에 들어간다. 초읽기는 대개 30초나 1분씩 3회나 5회씩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는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지는 규정이다. 두 번의 1분 초읽기를 다 쓰고 나면 마지막 초읽기가 남는데, 이때는 무조건 1분이 가기 전에 돌을 착수해야 한다.

포석(布石)=바둑돌의 초반 배치 전략을 뜻한다. 당장 집을 짓는 실리(實利)를 중시할지 중후반을 도모하는 세력 바둑을 펼칠지 여부도 포석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포석에서부터 불리해지면 전체 바둑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도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사전(事前) 포석 작업을 한다”고 표현하는데 기초 전략과 공사가 탄탄하지 않으면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꼼수와 묘수(妙手)=지난 정권에서 인기를 끈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로 더 알려진 ‘꼼수’란 눈에 쉽게 보이는 얕은 속임수로 상대방의 실수를 바라며 놓는 수를 가리킨다. 프로 수준의 대국에서는 이같은 꼼수를 찾기 힘들다.

묘수는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울 만큼 묘하고 뛰어난 수를 가리킨다. 우리 인생에서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묘수가 없을까?”라고 고민하는 일이 적지 않다.

악수(惡手)와 자충수(自充手)= 악수는 수읽기나 판단을 잘못해 손해를 보는 ‘나쁜 수’다. 바둑에서는 ‘묘수를 두어 이기는 경우보다 악수를 두어 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생 역시 ‘한 방’으로 성공하는 사례보다는 ‘잘못된 선택’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더 많다.

자충수 역시 악수의 일종이다. 스스로 자신의 활로를 메우는 수이며, 자신이 놓은 돌이 오히려 상대의 수를 줄여 줘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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