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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테러위협④] 테러방지법 통과에 사이버망명…왜 떠날까?
뉴스종합| 2016-03-17 11:11
- 수사기관 개인정보 수집…이유 물어도 “법적 의무 아냐”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자 망명자가 줄을 이었다. 대화를 암호화했기에 도청과 감청 우려가 없는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국내 사용자들이 옮겨간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는 수직상승했다. 테러방지법 통과 직후 4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하루에만 약 8만명이 앱을 갈아탄 것으로 추산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든다는 명목하에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국가기관에 의해 사생활이 언제든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에선 현실화됐다.

실제로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5월 18일 김혜진 4ㆍ16연대 상임위원의 경찰 조사에 동행한 공익법센터 윤지영 변호사의 통신자료를 받아갔다. 종로서는 윤 변호사의 이름, 주민번호, 휴대전화 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 등을 받아갔다. 제공요청사유로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으로 적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윤 변호사는 “김 위원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변에서 나와 비슷한 사례를 모아 소송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가면서도 검찰ㆍ경찰ㆍ국가정보원은 그 이유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있다. 국정원에 개인정보를 수집당한 A씨는 조회 이유를 물었다. 국정원은 “법적 의무가 아닐 뿐더러 국정원의 통신자료 요청 이유는 국가 안보에 관련된 사안인 만큼 정보공개 청구가 있어도 공개할 만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검ㆍ경으로부터도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지난 10일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넘겨준 포털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네이버 카페에 올린 ‘회피 연아’ 동영상 하나가 문제였다. 차모씨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경찰은 네이버에 차씨의 개인정보를 영장없이 요구했고 네이버는 이에 응했다.

차씨는 네이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차씨 패소. 2심은 “개인정보에도 영장주의 원칙이 배제될 수 없다”며 차씨가 승소했다. 2심 판결 이후 포털업체들은 영장없는 개인정보 제공을 중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할지 여부를 포털업체가 심사케 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네이버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네이버는 대법 판결 이후 “사업자가 수사기관의 자료 제공에 응했을 때 책임이 없다는 것이지, 영장없는 가입자 정보 제공을 기업의 의무로 해석하진 않았다“며 앞으로도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도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로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본래 테러방지법과 쌍둥이 법안으로 국회에 올라온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공공ㆍ민간분야 할 것 없이 사이버테러 관련 업무를 국정원에 넘기는 것이다. 테러방지법상 계좌추적이나 통신감청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민간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를 일상적으로 지휘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를 비롯해 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은 “국정원이 포털ㆍ메신저 등 민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일상적으로 지휘하고 인력 및 장비 파견을 요청하는 등 여러 가지 독소조항이 발견됐다”며 “사이버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비밀정보기관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최악의 법”이라고 밝혔다.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무제한토론 1번 주자로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르지만 2개(테러방지법ㆍ사이버테러방지법)를 날치기 시켜두고 국회의장이 1개 법안만 직권상정했다”며 “사이버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북한발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고 했다. 김 의원이 글을 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정부 주요 인사의 스마트폰을 해킹했다”고 발표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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