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공공연한 이야기] ‘클래식튀튀’는 영원히 빛난다
라이프| 2016-03-21 11:43
발레리나가 입는 스커트 튀튀(Tutu)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백조의 호수’ 속 백조 깃털처럼 허리선에서 옆으로 뻗은 의상이 클래식튀튀고 ‘지젤’ 속 망령들의 다리를 감싸며 나풀거리는 의상이 로맨틱튀튀이다. 로맨틱튀튀에 비해 클래식튀튀는 발레리나의 곧게 뻗은 다리를 드러내 더 많은 기교를 뽐낼 수 있는 반면 실수에 노출되기 쉽다. 우스갯소리로 ‘지젤’을 할 때보다 ‘백조의 호수’를 할 때 무용수들이 더 악착같이 살을 뺀다고 한다. 그만큼 완벽을 기해야 비로소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의상이 클래식튀튀다.

‘튀튀의 향연’이란 말은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질서정연한 자태로 무대 위를 수놓을 때 나오는 표현이다. 발레를 처음 감상하거나 여러 번 감상한 관객에게도 ‘튀튀의 향연’은 언제나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고통의 흔적은 지우고 고고한 군무를 탄생시키기까지 수십 명이 흘리는 땀방울의 양은 가늠하기 힘들다. 미세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클래식튀튀를 입고 만들어내는 칼 군무는 발레단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은 올 시즌 첫 공연에서 클래식튀튀의 향연을 펼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23일 먼저 개막한다. 발레 입문자에게 클래식발레의 대명사라 불리는 ‘백조의 호수’만한 작품도 없다. 푸른 달빛이 비치는 호숫가에서 클래식튀튀를 입은 18명 발레리나가 대열을 수시로 바꿔가며 춤추는 백조 군무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백조의 동작을 섬세하게 묘사한 안무에 시선이 계속 머문다. 날갯짓하듯 파르르 떨리는 손끝과 백조의 우아한 걸음을 옮겨온 발끝이 조화를 이루며 ‘발레리나=백조’ 공식을 완성한다.

국립발레단은 최근 클래식발레의 대표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라 바야데르’를 30일부터 선보인다. 인도왕실을 배경으로 이국적인 풍취 가득한 이 작품에도 질서정연한 백색 군무가 등장한다. 3막 ‘망령들의 왕국’에서다. 새하얀 클래식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32명 망령들이 가파른 언덕을 가로지르며 줄지어 내려온다. 발레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본적인 자세로 꼽히는 아라베스크(Arabesque)가 끝없이 펼쳐지는데, 뒤로 들어 올린 다리의 각도가 꼿꼿이 유지되는 장면에서는 입을 다물 수 없다. 2년 만에 ‘라 바야데르’를 꺼낸 강수진 단장은 “원석을 갈고 닦아 보석이 된 단원들의 기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라”며 자신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두 발레단 모두 올해 첫 공연으로 클래식발레를 선택했다. 이는 수십 명 단원의 기본기가 고루 탄탄해야만 가능한 레퍼토리이다. 형식을 깨뜨리며 쾌감을 얻는 시대에 클래식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무대 위에 있다. 복잡하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품은 관객의 마음을 반짝이게 하지 않을까.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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