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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칼럼] “미래 교육을 설계하라” -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뉴스종합| 2016-03-22 11:15
예상했던 것보다 알파고의 파고(波高)가 매우 높다. 지난해 10월 알파고가 중국의 판후이(樊麾) 2단에게 승리할 때까지만 해도 그 실력이 3단 수준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짧은 기간동안 실력을 키워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TV에서 해설했던 친구 김영삼 9단에 따르면 현재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인간이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를 비롯해 각계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AI 등 지능 정보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면서 ”우리 삶을 바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며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AI에 의해 인간의 영역, 특히 노동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 컴퓨터는 교육의 과정에서 보조적인 역할로 인식돼 왔고, 학습의 성과를 높여주기 위한 매체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이제 논의의 수준은 더 깊어지고 학교 현장에서 AI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AI과 인간의 역할이 새롭게 설정된다면 교육의 역할도 새롭게 규정될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학교, 즉 공교육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교육 내용을 동일한 과정을 통해 학습하도록 설계돼 있는 학교 시스템은 더 이상 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암기한 지식을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방식의 학업 성취도 평가는 이제 의미를 잃어갈 것이다.

모든 것이 공급자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의 역할이 이제 학습자 개인의 소질과 적성, 학습의 성과와 학습 계획에 따라 개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학습하는 방식, 평가하는 기준과 방법, 더 나아가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알파고는 “미래 사회를 새롭게 설계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미래의 교육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고, 인간 본연의 의미를 탐구하고,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 강조되는 모습으로 새롭게 디자인돼야 한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AI이 정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견하던 인간의 영역인 바둑에서 AI인 알파고가 승리를 했는데 우리나라 학부모들 사이에 바둑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둑을 통해 자녀들의 인지적, 비인지적 역량을 키워주려고 하는 것은 부모들의 올바른 교육적 선택으로 보인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역사적 바둑 대결은 끝났지만 교육을 포함한 사회 각 분야별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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