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ICPCN 홈페이지] |
3일간 소년과 가족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과정이 진행됐다. 황애란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 가족상담사는 “가족이 그 소년에게 ‘너에게 받은 선물이 너무 많아. 우리가 갈때까지 고통없는 천국에서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했고 이에 소년도 ‘나는 천국에 가도 괜찮다’고 말하며 이별 의식이 거행됐다”며 “의식을 치른 30분 뒤 가족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례는 최근 본지 기자가 만난 황 상담사가 자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 아동 호스피스 환자로 꼽은 것이다.
황 상담사는 난치 또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동들의 가족들에게는 호스피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해 자연의 순리에 어긋남과 동시에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 호스피스 서비스 등을 통해 본인 스스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주변사람들이 도와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헤럴드경제DB] |
호스피스가 인생 막바지에 이른 환자들이 보다 보람되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도 황 상담사의 생각이다.
그는 “3월초 세상을 떠난 한 청년은 시한부로 정해진 약 1년간 호스피스를 통해 평소에 해보고 싶던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공부도 하고, 암으로 투병하는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들을 위해 멘토링 활동도 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삶 동안 나름대로 의미있게 삶을 끌어안고 사랑하며 살다 갈 수 있었던 것 역시 호스피스 덕분이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이 아동 호스피스 이용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황 상담사의 전언이다.
그는 “많은 부모님들이 마지막 의식이 없는 상태까지 CPR을 계속하며 연명치료를 하길 바라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가 고생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부모가 (호스피스에 대한) 준비가 안돼있는 경우 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아동의 아버지도 처음엔 심폐소생술(CPR)까진 하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한쪽 눈을 겨우 뜨는 모습을 보고 포기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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