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이정아 기자] 아이폰이 뚫렸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의 도움없이 아이폰의 잠금장치를 풀었습니다. 앞서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난공불락으로 꼽히던 애플의 ‘보안신화’는 깨졌습니다.

FBI는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을 수사하던 중 파룩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폰을 입수했습니다. FBI는 이 사건이 단순 총격사건이 아니라 계획된 테러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애플에 파룩의 아이폰을 열어볼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요구했지만 애플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국가안보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하다는 이유였죠. 결국 이 사건은 소송전으로 비화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28일(현지시각) “샌버나디노 총격사건의 범인인 사이드 파룩의 아이폰 데이터에 접근하는데 성공했다”며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에 수사에 협조하라는 1심 법원의 명령에 애플이 항소해 2심이 진행중이었던 상황이 매듭지어진 겁니다.

문제는 FBI가 아이폰의 보안해제를 위해 더이상 애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무부는 어떤 방법으로 아이폰을 잠금해제했는지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플 보안체계 해제는 이스라엘 디지털 보안회사 셀리브라이트(Cellebrite)의 ‘낸드’(NAND) 미러링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아이폰에 내장된 플래시 메모리를 해체한 뒤에 칩 리더로 읽어 수많은 복사본을 만든 후 빠른 속도로 다양한 암호조합을 입력해 성공할 때까지 반복하는 작업입니다.

아이폰을 둘러싼 FBI와 애플의 소송은 끝났지만, 국가 안보와 프라이버시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내달 1일 창립 40주년을 맞는 애플로서는 새로운 잠금해제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고요. FBI가 이번에 여는데 성공한 아이폰은 5C 기종이지만, ‘비밀 기술’을 이용해 다른 기종의 모델도 잠금해제가 가능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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