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타이밍도 상황도 맞지않는 ‘한국형 양적완화론’
뉴스종합| 2016-03-30 11:19
새누리당의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한국판 통화완화책(QE)’을 거론하고 나섰다. 그는 “기준금리를 좀 낮췄지만 돈이 잘 돌지 않는다”며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 상환제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채권을 인수해 기업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등 과감하게 금융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장 채권시장은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반응했다.
지금이 과연 양적 완화를 해야할 시점인가. 그런다고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원인과 이유, 결과까지 모두 잘못됐다. 장관까지 지내고 경제전문가로 자처하는 그가 이런 주장을 한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관심을 끌려는 총선용 공약(空約)일 뿐이란 느낌도 받는다. 어차피 공약과 시행은 별개 문제다. 유권자에게 직접 영향이 가는 내용도 아니다. 총선 후 시행 여부를 감시할 사람도 없다.

양적완화는 부작용이 만만챦다. 몰핀과 같다. 디플레이션 상태에서나 써야 할 방법이다. 양적 완화로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 상승이 일어나고 원화가치가 떨어진다. 외국인 투자자금도 빠져나간다. 인플레이션이 심하진 않다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는 엄청 높다. 그렇다고 기업사정이 좋아지는가. 지금 한국 경제가 겪는 어려움은 구조적인 경쟁력의 문제이지 유동성의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필요한 곳에 돈을 푸는 방법은 많다. 정책자금이 대표적이다. 꼭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엔 통안채 상대매출을 통해 대출해 줄 수 있다. 지난해에 3조4000억원 가량이 그렇게 공급됐다. 주택관련 자금도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한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대상증권에 포함시키면 된다.이미 시행되고 있는 일들이다. 법적 테두리내에서 실행할 방법들을 버려두고 굳이 양적완화라는 초법적 방법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

양적완화는 기준금리가 0%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에나 동원할 방안이다. 1.5%인 우리 상황에선 아직 금리인하의 여지가 남아있다. 금통위는 이 정도의 금리로도 충분하다는 분위기다.

양적완화 불가론의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경기 진작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란 점이다. 우리 경제는 먹구름 속에 있다. 점점 더 구름이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식 불황을 겪게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저출산 고령화의 진행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실탄은 그때 써야 한다. 지금 써버리면 나중에 사용할 방법도, 도구도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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