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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닌자’는 롯데월드타워 어떻게 올랐을까
뉴스종합| 2016-03-30 11:27
회사 측은 수사 의뢰·고소 않기로


전세계 고층 건물과 구조물 꼭대기에 올라 아찔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 비탈리 라스카로프(Vitaliy Raskalov)가 롯데월드타워 123층에 몰래 오른 뒤 인증 사진을 남겨 화제가 되고 있다.

‘도시의 닌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 우크라이나 출신 사진작가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사진 한 장을 추가했다. 사진 속에는 원형의 철골 구조물을 아찔하게 딛고 있는 그의 발밑으로 현재 공사중인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와 인근 석촌호수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비탈리 라스카로프와 바딤 막호로프가 한국에 입국했다는 소식이 들린 뒤 자신들이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한 롯데월드타워 측이 출입구 주위에 내건 공고문.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라스카로프는 러시아 출신 사진작가 바딤 막호로프(Vadim Makhorov)등과 함께 ‘온더루프(on the roofㆍ지붕 위에서)’라는 팀을 만들어 2년 넘게 중국 상하이 타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등 세계 각지의 유명 고층 건물과 구조물에 직접 올라 수 천장의 경관 사진을 찍어 유명세를 탔다.

이달 초 이들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월드타워 측은 조심조심했지만 결과적으로 소용이 없었다.

롯데월드타워 운영사인 롯데물산 측은 사진이 올라온 뒤 이들이 입국한 시점인 지난달 말부터의 모든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고 있지만 들어오고 나간 경로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롯데물산 홍보팀 관계자는 “사진을 보면 새벽 시간대로 보이는데, 과거 전력을 봤을 때 낮에 들어가 숨어있다가 새벽에 나와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 친구들이 전세계 타워를 다 올라다닐 정도로 신출귀몰한데, 곧 직접 동영상을 공개한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정확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들의 행위는 건조물 무단 침입에 해당되지만 롯데물산 측은 경찰 수사의뢰나 고소 등을 통해 법적 책임을 따지지는 않을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사진작가 비탈리 라스카로프가 롯데월드타워 123층 꼭대기에 몰래 올라가 찍은 인증사진.
[출처=라스카로프 인스타그램]

이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 타워 등도 이 친구를 고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굳이 자극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며 “이미 라스카로프가 한국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전례를 보면 한 번 갔던 데는 다시 안오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굳이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한 형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보안이 뚤렸다는 게 자랑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는 일이 드물다”며 “지금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는 건데 고소가 들어가는 순간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행위가 돼 모방범죄 위험도 커질 것 같다”고 했다.

배두헌ㆍ이은지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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