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껍데기만 남은 대학문화] “대학 문화 지탱하던 학생회 제 역할 잃은지 오래”
뉴스종합| 2016-03-31 09:51
-‘나부터 생존’ㆍ‘남일 관심 없는’ 대학생

-“학생 자치통한 대학문화 창조ㆍ자정은 사치”




[헤럴드경제=신동윤ㆍ이원율ㆍ고도예ㆍ유은수 기자] 대학이 취업시장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스펙 쌓기 전쟁터로 변하면서 과거 대학문화를 지탱하던 학생회나 동아리 같은 자치 기구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각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동아대와 원광대의 ‘오물 막걸리 세례 신입생 환영회’ 등 신체폭력과 성희롱을 동반한 대학 내 강압적인 술자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 것과 관련해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부터 내려오던 악습을 앞장서 비판적으로 고쳐나가야 하는 학생회 조직이 오히려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원광대 막걸리 세례 사건이 발생한 후 원광대 총학생회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보다는 ‘매년 이 학과에서 진행한 행사로 신입생 환영회는 오래전부터 고사(告祀)의 형식으로 치러왔다. 액운이 없어지고 안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기원의 마음을 담아 제사를 지낸다. 막걸리를 뿌린 행위는 절차의 일부로 행해진 것으로 온라인에 드러난 대로 아무런 맥락이 없는 가혹행위는 아니다’라고 해명을 내놓아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 `막걸리 세례 환영식`으로 물의를 일으킨 원광대 모습.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최근 '막걸리 세례 환영식'으로 물의를 일으킨 원광대 내 해당 단과대학 학생회장의 해명글. 이 글로 인해 온라인상에서는 더 큰 논란이 일어났다. [출처=헤럴드경제DB]

이에 대해 한 전직 대학 총학생회장은 “과거부터 내려오던 전통이라 해도 그 자체만으로 가혹행위나 권위적인 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자치규약을 만드는 등 자정노력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학생회보다 소규모 조직으로 대학생들 간 유대감을 형성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던 동아리는 고사 상태며, 개강총회, 농활 등의 각종 자치활동들도 거의 사라졌다는 게 대학생들의 전언이다.

대학생 개개인이 무한 경쟁의 취업 시장에 내몰리는 현재 상황에서 스스로 대학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가다듬기엔 여유가 너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교 2학년생인 원한성(가명ㆍ22)씨는 “요즘은 1학년 2학기면 돼도 이미 취업을 위한 계획을 어느 정도 짜놓은 뒤 움직이는 친구들이 많다”며 “그렇다보니 학내 자치 규약을 만드는 학생회는커녕 이를 관리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생산하는 각종 소규모 자치 조직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 역시 이 같은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요즘 대학생들은 본인 먹고 살 문제를 신경 쓰기에도 버겁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참여하고 목소리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2010년 이후 학생회 역할이 학생들의 후생 복지문제에만 치중하는 학생서비스센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드레 동국대 총학생회장도 “개인의 이익에 관심이 더 많은 대학생들의 욕구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자치규율을 만들어야 하는 게 상충한다”며 “학생회가 이런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자 자구책을 마련하는 총학생회도 있다. 심민우 전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대자보 대신 카톡, 페이스북, 카드 뉴스 등 보다 변화된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홍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달력에 맞춰 관례적으로 진행해오던 기존 행사나 업무 등에 대해서도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직접 학생들과 대면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