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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애플은 최대 고객 겸 적수...싸우며 정 드나?
뉴스종합| 2016-03-31 14:30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지난해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은 애플이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호 소송과 강도높은 비교 광고 등을 서슴치 않는 ‘최고의 적수’지만, 뒤에서는 메모리와 AP 등 핵심 부품을 주고 받는 ‘둘도 없는 친구’인 셈이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5대 매출처는 애플과 도이치 텔레콤, 소프트방크, 버라이즌, 베스트바이였다. 이들 5대 매출처의 비중은 전체 매출 대비 약 1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취급하는 유럽과 일본, 미국의 주요 통신사, 그리고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대규모로 매입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로 파는 대형 양판점이 핵심 소비처 자리에 오른 것이다.


특이한 것은 애플이다. 아이폰을 만들어 파는 애플은 역시 스마트폰이 주력 제품인 삼성전자의 시장 최대 라이벌이다. 하지만 애플은 경쟁자인 삼성전자로부터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와 메인 프로세서(AP) 등을 공급받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이 약 200조원이고, 5대 주요 매출처의 비중이 14%인 것을 감안하면,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약 6조원 이상의 부품을 공급 받았다는 의미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이런 기묘한 동거 관계는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삼성전자는 당시 주요 매출처로 소니와 애플, 델, HP, 베스트바이를 꼽았다. 당시 소니는 삼성전자로부터 LCD를 주로 공급 받으며,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4.4%를 담당하는 최고의 고객이 됐다. 애플은 소니에 이어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4%를 차지하는 2위 핵심 고객으로, 반도체와 LCD 등을 주로 공급 받았다. 

2011년에는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 소개 글에서 소니와 애플의 순서가 자리바꿈했다. 삼성전자는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과 소니, 베스트바이, HP, 델 등”이며 “주요 5대 매출처에 대한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액 대비 약 1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직전 해 0.4%포인트 차이로 문장의 맨 앞자리와 바로 뒷 자리에 이름을 올렸던 두 회사의 모습을 감안하면, 2011년부터 두 회사의 구매 순위가 바뀌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애플은 지난해까지 삼성전자가 꼽은 5대 주요 매출처에서 매번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5대 핵심 매출처의 변화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10년 대 초반까지는 TV 및 컴퓨터를 취급하는 소니와 HP, 델이 주요 순위를 차지했다. 컴퓨터와 노트북이 IT 시장의 핵심 제품이였고,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모니터용 LCD 및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며 매출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2012년부터 5대 매출처 순위에 통신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2012년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로는 애플과 도이치방크, 스프린트, 소니, 베스트바이가 차지했다. 이전 해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도이치방크와 스프린트가 새로 가세하고, HP와 델이 빠진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통신사들의 구매력이 부각된 결과다.

2013년에는 중국 통신사가 가세하며, 대륙에 불어온 스마트폰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2013년 삼성전자는 5대 매출처로 애플과 베스트바이에 이어 차이나텔레콤을 소개했다. 그 뒤로 도이치방크와 스프린트가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중국 돌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자국산 값 싼 브랜드 제품을 국가 정책에 맞춰 전략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중국 통신사들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2014년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한 5대 매출처로 애플과 도이치텔레콤, 인그램 마이크로, 스프린트를 꼽았다. 인그램 마이크로는 유럽, 미국, 인도 등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IT 기기 및 기술 유통 전문 기업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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