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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도 신입생 환영회로 골치…
뉴스종합| 2016-03-31 14:45
[헤럴드경제=김우진 인턴기자] 요즘 대학가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물이 섞인 막걸리를 신입생들에게 뿌리거나 마시게 하는 행태에 대한 지적과 고발이 여러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일은 한두 해 이어진 것은 아니다. 터질 때마다 해당 학교와 총학생회, 그리고 교육부는 머리를 싸멘다. 항상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골치 아픈 신입생 환영회가 조선시대에도 있었고, 거기서도 안팎으로 트러블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방영한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소개된 ‘신방례’(혹은 접방례)가 그것이다. 실제 이 신입생 환영회의 역사는 고려시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이 행사는 고려 말, 부모의 권세 덕분에 쉽게 벼슬길에 오른 ‘음서‘자제들의 콧대를 꺾으려 신고식의 취지로 시작했다. 이 신고식은 추후 조선시대의 국립 대학교의 역할을 했던 성균관으로 이어졌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속 신방례 장면 [ 출처= KBS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공식 홈페이지] 

오늘날로 따지면 총학생회에 해당하는 재회(齋會·학생회)의 간부들은 신입생들에게 예절을 갖출 것을 명했고 입학식이 끝나면 그들만의 비공식적인 행사가 열렸다. 일종의 ‘술판’이 벌어진 것이다.

서로의 어색함을 없애고 선후배 간의 정을 키우자는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됐지만 이 또한 차즘 변질돼 문제를 지적하는 상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예조의 상소문(1541년)에 따르면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에게 주악(춤과 노래)까지 동원하여 술판을 벌이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가난한 유생들은 기숙사 입소를 포기합니다”라는 기록이 전한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속 신방례 장면. 신참인 남자 주인공(박유천)과 학생회를 담당하던 재회(齋會)의 모습.
[ 출처= KBS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공식 홈페이지]

심지어 역사 속 위인인 율곡 이이 선생과 다산 정약용까지도 이 같은 폐단에 질색했다고 한다.

신방례를 치르며 몸이 약한 사람들인데도 과음을 권해 몸이 상하기도 하고 선배들의 집단 구타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또 온몸에 진흙과 오물을 칠하기도 해 권위 있어야 할 문화가 ‘저질’문화로 발전해갔다.

심지어 대궐 안에서 가혹한 신고식을 자행하다가 신입생의 고함소리를 들은 중종 임금은 사실을 알고 술과 음식을 강요한 선배들에게 ‘과거응시 금지‘라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 막걸리 투척 논란을 일으킨 한 학교는 논란이 일자 오래전부터 고사의 형식으로 치러져 온 학교의 연례 행사라고 했다. 막걸리를 뿌려 신입생들의 액운을 없애고 학교를 다니는 내내 안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취지의 행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 한 채 추태를 드러냈다. 현대의 ‘신입생 환영회’와 조선시대의 ‘신방례’는 그 안에서 행해진 많은 엽기적인 폐단들에서 평행이론을 달린다.

신입생 환영회의 폐단이 조속히 근절돼야 한다는 대학가 안팎의 목소리가 더욱 강하게 나오고 있다. 


yol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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