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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모든 성폭력범 신상정보 등록하는 건 ‘과도한 기본권 침해’
뉴스종합| 2016-03-31 17:23
-헌재, 성범죄자 죄질, 재범 가능성 등 고려해 신상정보 등록 차별화해야
-성폭력특례법 신상정보 등록 제도 첫 ‘위헌’ 결정…“제도 보완 필요”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이라도 모두 신상정보를 등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성폭력특례법에 따라 성폭력범이라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지만 죄질에 따라 무조건 신상정보를 등록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31일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를 모두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로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중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심판대상 조항’은 성폭력특례법 중 ‘성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는 부분이다. 벌금형 등 경미한 성 관련 범죄로 유죄판결이 나도 무조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라는 이야기다. 


청구인 A씨는 2014년 11월 29일 스마트폰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피해자(여, 14세)에게 보냈다. 이런 사실이 발각돼 2015년 4월 25일 벌금 100만원 및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확정 받았다.

A씨는 하지만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해당하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까지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면 20년 동안 1년에 1회 수사기관에 출석해 신상정보를 갱신해야 하며, 신상정보 공개, 고지처분, 취업제한 등 불이익이 크다.

이에따라 A씨는 2015년 6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경미한 경우까지 신성정보 등록대상이 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상정보 등록은 재범 방지와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죄질 및 행위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단이다. 성폭력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한 신상정보 등록제도에 대한 첫 위헌 결정이다.

헌재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행위자는 범행 동기, 상대방, 행위 횟수 및 방법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고, 개별 행위유형에 따라 재범의 위험성 및 신상정보 등록 필요성은 현저히 다르다”며 “그런데 심판대상 조항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누구나 법관의 판단 등 별도의 절차 없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하고 있어 과도하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행위의 특성이나 불법성의 정도를 고려해 죄질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범죄로 등록 대상을 축소하거나, 유죄판결 확정과 별도로 신상정보 등록 여부에 관해 법관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절차를 두는 등 기본권 침해를 줄일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채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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