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
“항상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우월감”…툭하면 ‘갑질 회장님’ 튀어나오는 이유
뉴스종합| 2016-04-05 11:31
기업 경영인들의 영화같은 ‘갑(甲)질’이 현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태부터 몽고식품과 대림산업의 ‘운전기사 상습폭행’에 이어 최근엔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K그룹의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 따귀 사건’까지 이같은 현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본인들 스스로 설정한 타인에 대한 우월감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진단한다.

5일 각계 교수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오너가(家)로 대표되는 기업 경영인들이 각종 갑질 논란에 휩쓸리게 되는 요인으로 안하무인격의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꼽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기업 경영층 가운데서도 오너가 일원의 경우 태생적으로나 이후 일상 생활 속에서도 타인의 삶을 고려할 필요없이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실현시켜갈 수 있다는 사회적 환경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인 행동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다른 오너 일가의 비행과 이로 인해 불거진 사회적 파장을 보고도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자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땅콩회항과 운전기사 폭행 등이) 당장 본인들이 겪고 있는 일이 아닌데다 (타인에 비해 우월감을 느끼는) 평소 자신들의 행위가 자연스럽다고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문제점이 극도로 표출될 때까지는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자각이 없다보니 일종의 행동 습관처럼 스스로의 비행을 자제하지 못하고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라고 했다.

최윤경 계명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이나 권력을 언제 어느정도까지 써도 된다는 범위에 대해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또 스스로도 경계하지 않다보니 마음대로 행동하겠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라며 “본인의 주변에서는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행동이) 문제시되고 이에 부정적 피드백이 주어지지 않다보니 자신의 행동이 당연하다고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부유층의 갑질은 그동안 축적된 한국사회의 모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지도층의 갑질 문제는 하루아침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한국 사회의 모순적인 의사소통 구조에서 온 것”이라며 “과거엔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그냥 넘어갔던 각종 권위주의 시절의 잔재들이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문제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문제점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지금껏 한국 사회는 재벌 대기업 중심의 문화가 발달하면서 경영층이 노동자들을 갑을관계로 인식해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더한 일도 했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와서 이런 행동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해 발생하는 이 같은 사건들이야말로 사회에 팽배한 ‘천민 자본주의’의 모습”이라고 했다.

전문가 일부는 사회지도층 내에서 결여된 올바른 윤리교육이 이번 사태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최흥순 공주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최근 수시로 윤리교육을 실시하는 일반인들에 비해 오히려 오너가 등 지도층에서 이같은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며 “타인에 대한 지배욕구가 윤리 교육을 통해 정제되지 못한 채 과격하게 분출되며 갑질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조치 대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안 협동사무처장은 “노동3권 강화 같은 대전제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각종 슈퍼 갑질은 쉽게 근절되기 힘들다”며 “힘희롱(Power Harassmentㆍ직장 내 권력형 폭력) 등 갑을관계에 의한 슈퍼 갑질은 범죄라는 인식과 함께 근로기준법에 강력한 처벌 조항을 넣어야 한다.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큰 만큼 가해자가 신체적 자유를 제한당하고 이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도 크게 볼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타인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며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림들일수록 언제나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모범적으로 보여야만 한다”고 했다.

신동윤ㆍ이원율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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