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김현경의 맘다방]“그래도 엄마니까, 괜찮아”
뉴스종합| 2016-04-05 12:41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지난 주말 영화 ‘룸(Room)’을 봤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주인공의 연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라고 해서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영화는 매우 극적인 배경에서 시작합니다. 작은 방 하나에 24살의 엄마와 5살의 아들이 단 둘이 갇혀 살아갑니다. 7년 전 모르는 남자에게 납치돼 방에 갇힌 17살 소녀 조이는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아들 잭을 낳고 엄마가 됩니다.

7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엄마와 태어나서 한 번도 방 밖의 세상을 보지 못한 아들. 아무도 모르는 창고 방에서 그들은 오로지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하루하루 자라고 똑똑해지는 아들을 더 이상 가둬둘 수 없다고 생각한 조이는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 것 같던 두 사람의 앞에는 또다른 벽이 다가옵니다. 세상 사람들, 심지어 조이의 아버지까지도 그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조이와 잭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전혀 다른 세상에 더 빨리 적응한 건 오히려 아들 잭이었습니다. 잭은 하나씩 배우고 경험하며 진짜 세상에 적응해 갔지만, 조이는 원망과 상처가 되살아나 괴로워하고 아이에게도 소홀해집니다. 

그러던 조이는 방송 인터뷰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 방으로 데려가지 않고 밖에서 살게 내버려두는 게 더 낫지 않았냐”는 질문을 듣고 무너져 버립니다. 자신에게 전부였던 아이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자책에 빠진 겁니다.

결국 죽음의 문턱까지 갖다온 조이는 잭에게 “난 좋은 엄마가 아닌가봐”라며 사과합니다.

그러자 잭은 “그래도 엄마잖아”라고 답합니다.

아들의 말에 조이는 “맞아. 난 엄마야”라며 다시 힘을 냅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게 더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아이를 저렇게 잘 키울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같은 상황은 흔하지 않고 흔해서도 안 되겠지만, 아이와 단 둘이 살아가는 엄마는 많고 아이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도 많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에게 삶의 원동력을 얻고 위로를 받으며 살아갈 겁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면서도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한 것도 엄마 마음입니다. 늘 부족한 엄마 같아서, 좋은 엄마가 아닐까봐 노심초사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어려운 만큼 좋은 엄마가 되기도 어려운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자기의 엄마란 이유 만으로도 최고가 될 수 있고,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엄마 가까이는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 부족한 게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엄마니까, 괜찮다”고 제 자신에게, 노력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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