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아이슬란드, 이번엔 ‘정치 붕괴’…국민 분노에 이틀만에 총리 결국 사임
뉴스종합| 2016-04-06 08:44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파문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이틀만에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하지만 귄로이그손 총리의 사임으로 이번 파문이 일단락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진보당-독립당의 연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번엔 ‘정치 붕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진보당 부대표인 시구르두르 잉기 요한슨 농업장관은 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진보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현지방송 RUV를 통해 귄로이그손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사진=게티이미지]

진보당-독립당 연정을 이끌 후임 총리는 요한손 장관이 지명됐다. 귄로이그손은 총리직에선 물러나지만 진보당 대표직은 유지할 전망이다.

아이슬란드 정가 일각에선 이번 파문으로 진보당-독립당 연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정 파트너인 독립당의 대표인 브랴르니 베네딕트손 재무장관은 연정 유지가 가능한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야당인 해적당이 진보당과 독립당을 합친 지지율과 비슷해 조기총선이 치러진다면 연정이 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귄로이그손 총리는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 투표를 위한 움직임이 진행된 가운데 이날 오전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하며 사임을 거부하기도 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전날까지만 해도 현지 TV와 인터뷰에서 “조세회피처에 숨긴 재산이 없으며, 재산보유 과정에서 규정이나 법을 어긴 게 없다”면서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귄로이그손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전날 저녁 수도 레이캬비크의 의회 앞에서는 1만명 가량의 시위자들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인구(33만명)에 비하면 대규모 인원이 참여한 이례적인 시위다.

아이슬란드의 한 야당 정치 컨설턴트는 이와 관련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은 정치의 붕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금융위기 당시 은행과의 관계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분노가 커진 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림자 때문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와 그의 부인은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도움을 받아 2007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부인이 아이슬란드 내 유일한 도요타 자동차 수입업체를 소유한 부친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설립한 것이다.

그러나 귄뢰이그손 총리는 2009년 4월 의원에 당선될 때 윈트리스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후 2009년 12월 말 윈트리스에 대한 자신의 지분 50%를 부인에게 단돈 1달러에 넘겼다. 2013년 총리로 취임할 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해상충 문제가 더해졌다.

윈트리스는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약 480만달러(약 48억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들 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파산했다. 2013년 4월 귄뢰이그손을 총리로 하는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들 파산은행과 이들 은행에 예금을 했다가 물린 영국과 네덜란드 등 해외 예금자들 사이에 벌이는 채권협상에 관여했다. 파산은행 측이 이들 해외채권자에게 얼마나 예금을 되돌려주느냐에 따라 윈트리스 같은 은행채 보유자들이 되돌려 받을 채권 규모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총리가 이들 은행채를 보유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이 협상에 관여함으로써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이해 상충을 빚었다는 비난이 일었다. 귄뢰이그손 총리와 부인이 윈트리스와 관련된 세금을 모두 냈고 회계법인도 이를 확인했지만 아이슬란드 국민은 재산을 역외에 감추려한 시도라고 분노하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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