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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포럼] 주택시장, ‘맞춤형’으로 패러다임 바뀐다 -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부동산| 2016-04-08 11:21
금융의 알파고로 통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 시장에서 대세다.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조언자라는 의미인 어드바이저(Advisor)를 합친 말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고객 정보와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된 맞춤형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준다.

저금리ㆍ고령화 시대가 이어지면서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기존엔 전문가가 직접 상담ㆍ분석해야 했으나 이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덕분에 맞춤형 자산관리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

주택시장에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알파고가 탄생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주택 수요자들 가운데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시장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유자 위주로 바뀌고 있고, 소유의 개념에서 사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아파트가 대표하는 대량생산의 개념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앞으론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무난한 제품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모두를 위한 주택은 이제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이제는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만들고 꾸미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는 자신만의 공간을 꾸민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들이 쏟아진다. ‘방스타그램’(방+인스타그램) 같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큐레이션(Curation) 문화가 주택에도 들어온 것이다.

문화, 지역, 연령대, 취향 그룹 등 소비자의 유형과 요구가 다양해진 만큼 이제는 주택에서도 수요자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상품에 반영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주택의 유형뿐만 아니라 평면 설계와 입면 디자인, 가구, 가전, 인테리어와 생활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거주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1대 1 맞춤형 주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맞춤형 주택의 갈래는 폭넓다. 1~2인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한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도시형 생활주택’,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개인 공간 외에 거실과 주방 등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오래된 집을 고친 뒤 대학생이나 독거노인에게 임대해주면 저리로 최대 2억원까지 융자해주는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 수요자의 취미생활과 취향 등을 반영한 다양한 유형의 ‘컨셉맨션’ 등이 모두 맞춤형 주택으로 손색이 없다.

나아가 땅주인 2명을 1조로, 최대 8명까지 묶어서 30~40여가구를 재건축하는 ‘2+4+8 개방형 단지’, 블록단위의 노후 주택을 정비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마을 만들기까지 맞춤형 주택을 확장할 수 있다.

앞으로 획일적인 주택상품을 찍어내는 방식은 사라지고 사는 사람의 개성이 듬뿍 묻어나는 맞춤형 주택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가까운 미래엔 ‘주택시장의 알파고’가 맞춤형 주택을 추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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