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위기 혹은 기회…시험대 오른 아베노믹스
뉴스종합| 2016-04-19 11:31
지진탓 제조업 생산차질등 부정적
재난대처 신속 아베리더십은 호평
경제재도약 지렛대역 해낼지 관심



일본 지진 피해로 ‘아베노믹스’에 제동이 걸렸다. 도요타 등 주요 기업들 또한 타격을 면치 못하면서 부진한 임금인상률은 또 한 차례 장애물을 만났다. 소비 확대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한 켠에선 오히려 이번 지진이 일본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게 있어 지진은 경제 재도약의 지렛대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19일 구마모토 지진으로 타격을 입은 일본 주요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복구를 위해 위탁 생산과 대체 생산 검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 열도의 특성상 비상 시 공급망 확보에 나설 수 있도록 매뉴얼을 구축해놓은 것이다. 소니는 이미지 센서(CIS)용 반도체 생산을 다루는 구마모토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미에현 구와나 시에 위치한 후지쯔 배 공장에 생산 위탁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아이신은 피해 정도를 확인하고 복구작업과 함께 다른 공장의 대체 생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동일본 지진 당시에도 일본의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이 무너져 33%를 자랑하던 일본 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25%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때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현대/기아 자동차다. 하지만 1년 사이 일본 빅 3 자동차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대지진 전과 비슷한 수준인 32.7%까지 회복했다. 대체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를 내리긴 아직 섣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정책을 필두로 한 아베노믹스가 침체기를 맞이하는 사이 부흥하고 있는 일본 산업이 있다. 바로 ‘항공우주산업’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아베 내각이 일본 대기업인 미쓰비시 그룹과 제트 여객기 등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가 명성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는 현재 380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하는 스텔스 잠수함을 호주에 팔려고 하고 있다. 지난해 최초의 국산 제트 여객기를 생산해 본격 항공우주시장에 돌입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WSJ는 아베와 일본 대기업의 ‘재벌 경영’이 일본 IT 및 기타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지만,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일본 상장기업들을 성장시켰다.

AI산업은 일본 정부가 2020년까지 명목 국내총생산(GDP)를 2014년 보다 20% 늘린 600조 엔으로 키울 핵심 산업이다.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산업을 30조엔으로 키우는 산업별 성장 목표치를 제시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인간형 인공지능로봇 ‘페퍼’와 AI 호텔서비스 ‘헨나 호텔’ 등이 인기 끌고 있다. 지진의 여파로 정부 투자와 재정안정성에 제동이 걸렸지만, 일본 경제가 무조건 추락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섣부른 이유다. 구마모토 지진의 피해를 적나라하게 담은 ‘드론 영상’도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성장 가능성을 확실히 했다.

구마모토 지진을 계기로 아베노믹스를 도입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상황은 좋지 않다. 블룸버그는 19일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 경제의 적신호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소비세 인상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 여론의 54%가 아베노믹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65%의 응답자는 아베의 재난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지지율도 2%포인트가 상승했다. 금융정책을 필두로 한 아베노믹스는 실패했지만 부흥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수민ㆍ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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