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러시아의 ‘EU 분열 공작’… 유럽 극우 배후엔 푸틴이?
뉴스종합| 2016-04-21 11:13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러시아가 EU를 분열시키기 위해 유럽 내 극우 정당을 지원하고 극우 정서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가 선전기관을 동원해 이같은 공작을 펼침으로써,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프랑스 대선, 독일 지방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의심할 수 있는 대표 사례는 지난 1월 독일에서 일어난 한 러시아계 소녀의 성폭행 사건이다. 리사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부모에게 중동 혹은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러시아 정부와 언론은 독일 정부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고 비판해 논란을 부추겼다. 독일 내 러시아계 단체를 비롯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시위를 벌일 정도로 사건이 커졌다. 그러나 이는 추후 소녀의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판명났다.

[사진=게티이미지]

당시는 독일 지방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이었고,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은 이 논란의 여파로 지방 선거에서 패배했다. 대신 반(反)난민 민족주의 정책을 내건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선전기구가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꾸며낸 일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의 앨리나 폴랴코바도 AfD가 러시아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허위 정보 공작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해당 조직은 푸틴 정부가 ‘하나의 유럽’에 찬성하는 정부를 무너뜨리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당이 집권하도록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오는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영국에서도 러시아의 의심스러운 움직임은 감지된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이 EU에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꼽은 바 있는데, 이에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가 이례적으로 캐머런 총리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대사는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논쟁에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것은 EU 잔존에 따른 장점을 설명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EU 탈퇴를 부추겼다. 또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는 영국이 EU를 떠나지 않으면 올해 1월 독일 쾰른에서 일어난 이민자들의 집단 성범죄 사건과 유사한 일들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블룸버그는 또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도 러시아의 자금 지원을 받아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민전선은 지난해 12월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을 정도로 최근 기세가 등등하다.

독일 기민-사민당 연정의 외무 정책 대변인 주에르겐 하트는 “푸틴이 그의 활동을 숨기고 싶어할 지 모르지만, 그가 하나의 유럽보다 분열된 유럽을 바란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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