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데이터랩]“미래의 럭셔리는 무한하다”글로벌 K-패션 외친 이서현
뉴스종합| 2016-04-21 11:27
패션에 대한 남다른 안목은 늘 주목을 받아 왔다. 빈폴, 구호 등 브랜드를 키웠고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켰다. 신사복 중심이던 과거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그의 손에서 여성복, 해외패션, SPA까지 다각화해 명실상부 국내 1위 패션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늘 삼성가의 차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지만, 패션에 관한 한 그의 전문성에 대해선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패션피플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는 이제 ‘K-패션’의 글로벌화를 위한 여정을 공식화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대한 이야기다.

이 사장은 지난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퓨처 럭셔리 컨퍼런스에서 ‘미래의 럭셔리는 무한하다(Future Luxury is Limitless)’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했다. 이 사장이 세계 패션 무대에 서는 공식 데뷔 자리였다. 


국내 재계 1위 기업인 삼성, 그리고 삼성가 차녀의 공식 무대 등장에 글로벌 패션리더들의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서 그는 거듭 ‘K-패션’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설을 채웠다. 그는 “서울은 전 세계 젊은 소비층이 호감을 두고 있고, 수준 높은 IT 인프라가 구축돼 새로운 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며 K-패션이 ‘차세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사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지난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다. 15년 째 삼성의 패션사업에 몸담고 있는 그는 지난 2015년 12월 사장단 인사에서 공식적으로 삼성패션을 ‘원톱’으로 이끌게 됐다.

이 사장은 이날 연설에서 최첨단 IT 기술을 갖고 있는 삼성과 패션의 시너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기술과 인간의 창의가 조화를 이뤄 미래 럭셔리 산업으로 발전할 때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며 “디자인 역량과 첨단 기술을 갖춘 삼성이 이상적인 시장으로 떠오른 K-패션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가 거듭 강조한 ‘무한한 가능성’에는 곧 미래의 패션시장에서 삼성이 주도하는 ‘K-패션’에 대한 가능성이 녹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것은 이 사장의 오랜 소망이다. 그는 지난 2011년 한 패션정책 간담회에서 “파슨스 디자인스쿨 재학생의 40%가 한국인인데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가 없다는 게 속상하다”며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에 통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 소망”이라고 말했다.

애정도 각별하다. 지난 2005년 이 사장은 국내 최초 패션지원기금인 삼성패션 디자인펀드 SFDF(Samsung Fashion & Design Fund)를 설립했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디자이너 3명을 선발해 10만달러씩 후원하고 있다. ‘준지’의 정욱준 상무를 비롯해 스티브J & 요니P, 계한희 등이 SFDF의 수상자다.

이 사장은 지난 1월 이탈리아 남성복 박람회 ‘삐띠워모’(Pitti Uomo)에서 진행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의 컬렉션 무대를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니 더 열심히 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만들자”고 말했다.

패션계는 이 사장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글로벌 무대를 향한 수 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K-패션’의 영향력은 미미한 상황. 때문에 이 사장의 ‘K-패션’ 글로벌화를 위한 한발 한발이 우리나라 브랜드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다. 우리나라 패션이 ‘K-뷰티’에 이은 또 다른 한류의 중심이 될 수 있을 지, 이 사장의 앞으로가 주목된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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