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3당과 여당 등 4당 모두 ‘구조조정’이란 포장을 꺼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간극이 적지 않다. 전제조건, 방식, 대상 등에서 조금씩 온도 차가 읽힌다. 공론화까진 성공했더라도 이 같은 간극을 극복하기까진 적지 않은 진통도 예고된다.
포문은 더불어민주당이 열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입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최근 비대위회의에서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선 중장기적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며 “현 경제구조가 중장기적인 발전에 가능한지 검토해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야권에서 구조조정 화두를 먼저 꺼냈다는 데에서 파장이 거셌다. ‘금기어’로 치부돼 왔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구조조정을 우선 언급했지만, 사실상 핵심은 구조조정의 방향, 대책 마련에 있다. 그는 “부실기업에 돈을 대줘 연장시키는 그런 구조조정이 반복되선 안 된다”며 “대량실업이 자연스레 발생할 텐데 실업문제를 해결할 조치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업기간의 생존 문제나 업종 전환 교육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제조건으로 실업대책, 재취업 교육 등을 강조한 김 대표다.
국민의당은 더민주가 주도한 구조조정보다는 산업구조 재편의 구조개혁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구조조정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진 않지만 ‘구조조정 = 미시적’ㆍ‘구조개혁 = 거시적’이란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도 전문 대기업으로 재편돼야 하고 중소기업도 세계적인 중견기업군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구조개혁을 설명했다.
최근 부각된 구조조정도 대기업 중심의 프레임으로 진단, 특정 업종의 구조조정이 아닌 산업계 전체의 구조개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의도다. 구조조정 논의에 동참하면서도 더민주의 프레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행간이 읽힌다.
정의당 역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데엔 공감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구조조정을 하느냐 마느냐는 더이상 질문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현 경제 위기에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정의당은 구조조정의 책임과 대상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노동자와 협력사에 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구조조정이 재현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는 게 야당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기업구조조정 특별법 재정, 구조조정 종합 민생대책 마련 등을 주장했다.
정의당 역시 더민주와도 선 긋기에 나섰다. 심 대표는 “김종인 대표의 구조조정 협조 의사가 정부ㆍ여당의 일방적 구조조정 추진에 ‘그린라이트’를 주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야권에 선점을 뺏긴 새누리당은 야권의 반응에 환영하면서도 노동개혁과의 연계 방침을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 역시 공방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노동개혁도 추가로 언급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에서 노동개혁도 빠질 수 없는 분야”라며 “구조조정이 한쪽만 이뤄져선 안 된다. 기업과 노동 모두 같이 구조개혁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구조조정 화두를 노동개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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