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미쓰비시車, 연비조작 차종 더 있다” 반복되는 거짓말…日 기업, 신뢰 흔들
뉴스종합| 2016-04-22 09:23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 미쓰비시(三菱) 자동차가 연비조작을 시인한 4종류의 경차 외에도 다른 1개 차동에 대해서도 규정과 다른 방법으로 연비 시험용 데이터가 측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번 사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미쓰비시 파문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다라 일본 전체 제조업의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2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또 다른 4종류의 차량도 같은 방법을 적용해 연비 데이터를 측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미쓰비시는 일본 내에서 판매하는 10개 차종의 절반 이상에서 연비를 조작한 게 된다고 산케이는 지적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미쓰비시가 지난 20일 국토교통성에 연비 조작 사실을 보고한 ‘eK 왜건’과 ‘eK 스페이스’(이상 자사 판매), ‘데이즈’와 ‘데이즈 룩스’(이상 닛산자동차 판매) 외에도 ‘i-MiEV’도 도로운송차량법에 정한 것과 다른 방법으로 연비시험용 데이터가 측정됐다.

이외에도 ‘RVR’, ‘아웃랜더’, ‘파제로’, ‘미니캡 미브’ 등 4개 차종도 같은 방법으로 측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성은 이런 측정 방법에 대해 “법령을 준수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미쓰비시가 또 다시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다. 미쓰비시의 은폐 전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연비 조작 이전에도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결함ㆍ리콜을 은폐한 전력이 있다.

미쓰비시는 2000년 일본 정부의 클레임 정보 조사에 리콜 안건 수백여 건을 제외하고 상품정보 등만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홍역을 앓았다. 2002년에는 트럭 앞바퀴 결함으로 주행 중 바퀴가 빠지면서 운전자와 바퀴에 치인 행인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수사당국 조사에 앞서 바퀴축 결함과 관련해 허위보고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정비 불량을 사고 원인으로 몰았던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일본 검찰은 미쓰비시자동차 전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을 허위보고 혐의로 기소했으나 정작 재판에서는 일부 무죄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선례 때문에 20일 기자회견장에서는 “미쓰비시의 ‘은폐 체질’이 변하지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보도했다. 이시이 게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도 “자동차 업계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미쓰비시자동차가 이전에도 리콜 은폐 사건을 일으킨 바 있는 만큼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몇년간 도시바의 회계부정 사건(2015년)을 비롯해 올림푸스의 분식회계 및 내부고발자 해고(2011년), 화장품 제조업체 가네보의 분식회계 파문(2005년), 일본 최대 식품업체 유키지루시의 식중독 환자 발생 늑장 발표(2006년) 등 일본 기업의 부정 스캔들이 줄을 이으면서 일본 기업의 신뢰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 기업에서 이처럼 윤리 문제가 거듭 불거지는 것은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쓰히로 구니사와 자동차 평론가는 마이니치 신문에 “상부에서 내건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기에 이를 맞추려고 부정하게 손을 댄 것 아니겠냐”며 “부정을 알아챈 사원이 이를 지적할 수 없는 기업 문화가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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