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황영철, 김영우, 하태경 의원(왼쪽부터) 등으로 구성된 새누리당혁신모임.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여소야대는 물론이고 집권여당이 제2당이 된 초유의 위기에서 가장 먼저 치고 나온 것은 친ㆍ비박 범계파 초ㆍ재선의원(20대 재ㆍ삼선 당선자) 8인으로 구성된 새누리당혁신모임이다. 이들은 총선참패의 책임이 있는 당지도부나 핵심 인사들의 ‘2선 후퇴’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향후 구성될 차기 당지도부에도 이들이 진출해선 안된다는 게 새혁모의 요구다.
새혁모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당선자워크숍에서 당의 진로와 쇄신과 관련해 통일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하루 앞둔 오는 25일엔 진보학계의 대표적인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를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일정도 마련했다. 정당민주주의와 총선 결과에 드러난 민심 진단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에 귀기울이겠다는 의지다.
전신인 한나라당까지 포함해 새누리당의 당쇄신그룹은 새혁모가 처음은 아니다. 16대에선 이른바 ‘남ㆍ원ㆍ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의 의원 3명과 당시 초ㆍ재선 쇄신 모임인 ‘미래연대’가 소장그룹으로 꼽혔다. 이후 당내 소장그룹은 17대 국회 ‘새정치수요모임’과 18대 국회 ‘민본21’로 이어졌다. 19대 국회에서는 초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과 원내외 소장파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있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여권의 주요 대권주자들이 낙마하거나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역대 소장그룹을 이끌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가장 주목받는 잠룡으로 떠올랐다. 5선 고지를 밟은 정병국 의원 또한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등을 통해 당쇄신파로 꼽히는 이혜원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 원내대표 후보군에 합류했다. 새혁모까지 더한다면 친박이 주도했던 당을 쇄신하자는 움직임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당쇄신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히 정당의 최고 목표인 ‘정권’을 위해서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다. 공천과정과총선 결과로 등돌린 민심을 근본적인 당쇄신을 통해 회복하지 않으면 정권재창출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당 안팎에 팽배하다.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이든,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든,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은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건강한 정책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다. 새누리당의 쇄신파가 ‘합리적 보수’ ‘건강한 보수’ ‘유연한 보수’의 지향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기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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