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석유에 중독돼 있다” 사우디 2조달러 국부펀드 조성ㆍ아람코 지분 5% 매각…관건은 ‘가장 비밀스런’ 아람코
뉴스종합| 2016-04-26 10:41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사우디 아라비아가 ‘석유 시대 이후’(post-oil) 시대를 겨냥한 대대적 경제 개혁에 나선다. 국영석유회사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2조 달러(약 2296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한다. 이는 경제 개발 계획의 일부에 불과하다. 각종 개혁 조치로 궁극적으로는 석유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난점도 있어 사우디의 청사진대로 개혁 조치가 흘러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실세 왕자’로 불리는 모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향후 15년간 사우디의 경제 개발을 이끌 ‘비전 2030’ 계획을 밝혔다.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 계획이 주된 내용 중 하나다.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 5% 미만을 기업공개(IPO)로 일반 주주들에게 매각해 자금 기반을 마련한다. 아람코의 지분 매각 대금은 2조∼2조5000억달러(약 2296조~2870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국유지와 공단을 팔아 모은 수입을 합해 펀드 자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자료=walls-and-dreams.com]



모하마드 부왕세자가 이달 1일 언급한 바에 따르면 아람코의 기업공개는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부 펀드 조성은 개혁 조치의 일부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개혁 조치를 시행해 석유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다른 부문의 비중을 크게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저유가 지속에 따라 국가 경제가 한 순간에 기울자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유가 폭락에 따라 사우디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약 114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우디는 비(非) 석유 정부 부문 수익을 1630억리얄(SAR)에서 2030년 1조SAR(약 306조원)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특히 중소ㆍ중견 기업들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에서 3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GDP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도 40%에서 2030년 6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사우디는 2020년까지 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을 목표로 광업 부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모하마드 부왕세자는 “우리는 석유에 중독돼 있다. 이는 위험하다”면서 “이는 다른 부문의 개발을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개혁 조치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IPO를 통해 국영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한편 장기적으로 사우디의 재정 건전성도 증진될 것이라는 점이 긍정적 측면으로 제시된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시장조사기관 IHS 부회장인 석유 전문가 다니엘 예르긴은 이번 조치의 결과로 국제 금융 시장에서 사우디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의도대로 개혁 조치가 순조롭게 단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부펀드 조성과 관련해 잡음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장애물이 많아 펀드 조성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람코 지분 매각에 나서면 헐값 매각 논란이 일 수 있다. 2014년 중반에 비해 유가가 60%가량 떨어진 상황에서 매각을 추진하면 매각액이 높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등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아람코는 공개된 자료가 없어 자산평가도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아람코가 공식적인 재무제표를 발표하지 않는 등 ‘지구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회사 중의 하나’(one of the most secreive companies on earth)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장시 추정치가 1조 달러에서 10조 달러에까지 이르는 등 편차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아람코 지분이 사우디 증시에 상장된다해도 매각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분 매각액이 많게는 3000억~5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는데 사우디 증시 시가총액을 3월말 3835억달러에 불과하다. 외국인 투자 참여도 여부도 불투명해 우려는 더욱 높다. 사우디는 지난해 적격외국인투자자(QFI)를 통해 시장을 개방했지만 외국인 보유 비중은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해외 상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규모가 큰 해외증시의 경우 주요 거래소가 대체로 지분 상장 조건을 25%로 두고 있다. 5%의 지분만 매각해서는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개혁의 전개와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사우디 국부펀드 조성에 따른 국내 증시 자금 유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조달러 국부 펀드 마련에 성공하는 상황을 가정해도 비유동자산 비중이 높고, 해외투자 비중이 낮아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기대 수준인 수 십 조원이 아닌 2~5조원 이내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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