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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수사] 옥시 외 다른 제조사로 檢칼날 확대…‘과실치사’ 결정적 단서 속속 확보
뉴스종합| 2016-04-28 10:01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등 다른 제조사 관계자 첫 소환
-옥시, 독일 전문가 경고성 서신 무시한 정황…과실치사 혐의 적용될 듯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사상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이외 다른 제조사 관계자에 대한 첫 소환조사에 돌입했다. 또 그동안 “유해성을 몰랐다”고 부인하던 옥시 측의 과실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는 등 관련 수사가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28일 오전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또다른 가습기 살균제인 ‘세퓨’의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 씨 등 2명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옥시 외에 다른 유해 살균제 제조사 관계자가 소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의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버터플라이이펙트는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불거진 첫 해인 2011년 당시 폐업했다. 이 제품의 피해자는 27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4명에 달해 사망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버터플라이이펙트가 옥시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 등 다른 3개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했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보다 독성이 더 강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넣은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도덕적 해이’ 정황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옥시가 원가절감을 위해 안전성 점검을 소홀히 한 혐의를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들이 검찰에 포착된 것이다.

특별수사팀 등에 따르면 옥시는 지난 1995년 가습기 살균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 제품에는 ‘프리벤톨R80’이라는 원료물질이 들어갔는데, 당시 독일 화학회사 부설연구소 소속의 볼프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에 이 원료를 사용하려면 흡입 독성 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경고성 서신을 보냈다. 전문가의 서신에 따라 옥시는 프리벤톨에 대한 흡입독성실험을 거친 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은 후 상품화했다.

그런데 문제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또다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프리벤톨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로부터 ‘내부에 하얀 부유물질이 생성됐다’는 민원을 접수받은 이후 2001년부터는 프리벤톨 대신 문제의 PHMG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옥시는 PHMG에 대한 흡입독성실험을 따로 하지 않았다. 옥시가 3억여원에 달하는 흡입독성실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국내 가습기 살균제 시장 규모는 10억∼20억원에 불과했다.

특별수사팀은 독일 교수의 서신이 가습기를 통해 공기 중에 뿌려져 흡입하게 되는 물질은 흡입독성 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옥시의 업무상 과실치사 또는 치상 혐의를 적용할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번 사건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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