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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전세계를 뒤흔들다 ②]콧대 높은 명품도 꺾은 中…세계 ‘소비 교과서’도 바꾼다
뉴스종합| 2016-04-28 09:58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1. 콧대 높기로 유명한 샤넬은 작년 3월 중국에서 아이콘인 2.55 핸드백 가격을 22% 내렸다. 가격인하는 자살행위라던 그간의 금기를 깬 것이다. 예전 같지 못한 ‘중국인’들의 수요를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온라인 해외직구 증가에다 시진핑 주석의 부패 척결 캠페인 등 각종 악재를 맞은 뒤였다. 이름값을 사수하고 콧대 높은 자세를 유지하기엔 중국은 외면하기 힘든 카드였다. 자존심을 굽히고 매출을 잡았다.

#2. 에르메스 티 세트. 버버리 다이븐 베드. 샤넬 담요. ‘전용기’를 사들인 아시아 부호들의 최신 여행 트렌드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고객 맞춤 내부 인테리어와 외부 페인팅을 제외하고도 7000만달러(약 806억달러)를 호가하는 전용기 시장이 중국인 부호들 덕분에 호황을 맞고 있다. 웰스X와 UBS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의 전용기 소유자들은 평균 순자산 11억달러(약 1조2661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비패턴이 싹쓸이 쇼핑에서 합리적이면서 스마트한 쇼핑으로 바뀌었다. 중국인의 소비패턴이 바뀌면서콧대 높기로 유명한 샤넬은 작년 3월 중국에서 아이콘인 2.55 핸드백 가격을 22% 내리는 등 전세계 유통가의 큰손 중국인을 잡기위해 자존심마저 굽혔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중국이 ‘소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판매 전략의 변화만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기에 이르렀다. ‘포상관광’이 대표적인 예다. ‘치맥파티’로 주목받은 중국 아오란 그룹은 최근 6000여명의 임직원을 한국에 보내 ‘치맥파티’를 했다. 한국은 3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이만하면 단기간에 수 백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신사업’이다.

프랑스의 포상관광 준비 과정을 보면 그 중요도를 가늠할 수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5월 니스를 방문한 톈스그룹 6500여명을 맞이하기 위해 5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고속철도 운행을 늘렸고 중국인 여행객들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환대의 의미를 담은 오픈카 퍼레이드도 열었다. 무엇보다 당초 여행 계획에 포함됐던 런던, 로마 등 타국 일정을 줄이기 위해 ‘각별히’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들은 약 245억원을 쓰고 돌아간 것으로 추산됐다. ‘포상관광 유치 전쟁’의 신호탄이었다.

13억 인구. 규모가 힘이다. 단순히 인구만 많아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고속 성장을 계속해 오며 중산층과 부호들이 빠르게 늘어나 유효 수요를 높였다. 지난해 크레딧 스위스가 발표한 연례 세계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5만∼50만달러(약 5730만∼5억7000만원)를 가진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세계 최대인 1억900만명을 기록해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세계 전체 중산층의 16.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가 정의한 중산층의 기준은 자산 규모가 각 국가의 평균 연소득의 2배 이상인 사람이다.

재산이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이상인 거부들의 수도 미국을 넘어섰다. 지난해 후룬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은 596명을 기록해 537명의 미국을 넘어섰다.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중국 시장의 매력도는 한층 더 커졌다. 전 세계가 눈독 들이는 ‘금광’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에 제시한 3.4%에서 3.2%로 0.2%포인트 내려잡았다.

유럽과 일본은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적극적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유로존 주요 국가들 전망치도 0.2~0.3%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일본은 1.0%에서 0.5%로 반토막이 났다. 현상유지로는 어렵고 무언가 새로운 활로가 필요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시장 잡기’가 곧 경제 살리기의 일환이 됐다. 한국은 더 절실하다. 전체 수출 규모에서 대중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4분의 1 이상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국 소비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진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소비재 소매총액은 4조8316억달러를 기록해 우리나라 3506억달러의 13.7배에 달한다.

여기에 중국의 통큰 ‘정책 변화’도 중국 소비자의 영향력을 한껏 끌어 올렸다. 중국은 올해부터 전면적인 ‘두 자녀 정책’을 실시하면서 당장 장난감 시장부터 흔들었다. 지난 2월 CNN머니는 홍콩무역발전국에 따르면 두 자녀 정책으로 매년 240만명의 아기들이 더 태어날 것이라며 이는 장난감 산업에 750억위안(약 13조8202억원)의 돈이 더 흘러 들어간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두 자녀 정책으로 중국은 미래에도 주요 소비시장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됐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성장하면 중국의 시장 규모가 한층 더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위원회의 예측에 따르면 전면 두 자녀 정책으로 오는 2050년까지 전체 노동인구가 3000만명 늘어난다. 중국 시장 공략이 최소 수 십년의 경제 성장을 견인할 ‘보증수표’인 이유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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