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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궁금증]허경영은 왜 책임보험에만 가입했을까?
HOOC| 2016-04-28 10:43
<일상에서 생기는 사소한 궁금증. 뉴스에 나온 이야기 중 더 알고 싶은 호기심. 이 모든 사소한 궁금증에 대한 진지한 답변을 드립니다. “뭐 이런 것도 답변이 될까?”라고 생각하신다면, 주저말고 질문해주세요>

[HOOC=서상범 기자]허경영 전 공화당 총재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소식이 화제입니다. 그는 7억원 대의 롤스로이스 팬텀을 이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사고가 난 차량도 바로 그 차라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28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허경영 씨가 서울 강변북로 원효대교 부근에서 앞서 가던 차량을 들이받아 3중 추돌사고를 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당사자 측에 따르면 허 씨는 볼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뒤에서 들이받고, 충격으로 밀린 볼보 차량이 바로 앞에 있는 벤츠 차량까지 추돌하는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허 씨는 “앞서가던 볼보 차량이 급정거를 해서 살짝 접촉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조사에서 피해 차량의 운전자는 서행하던 중 허경영 전 총재의 차량이 갑자기 들이받았다고 주장해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 상황입니다.

사고 소식과 함께 합의 부분에 대한 관심도 컸습니다. 허 씨의 차량이 7억원 대의 초고가 차량에다가 사고가 난 차량들 역시 고가의 외제차량이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허 씨가 가입한 보험입니다. 경찰과 당사자 측에 따르면 허 씨는 책임보험에만 가입했을 뿐, 종합보험은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책임보험은 자동차 소유자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입니다. 소유자가 사고로 인해 타인에게 배상책임이 발생하게 되면, 보험사가 대신 배상하게 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죠. 때문에 보장한도가 크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인 배상은 1억5000만원(사망 후유장애 최대한도), 대물 배상은 2000만원이 한도죠. 즉 사고에서 보험사가 피해자들의 차량 손해에 대해 배상을 하게 되는 최대치가 2000만원이라는 것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보험사가 아닌 자동차 소유자가 배상하도록 돼있죠. 때문에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책임보험의 한도를 초과한 손해를 배상해주는 종합보험을 추가로 가입합니다. 

그러나 허 씨의 경우는 이 종합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과의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경찰은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차량 운전자가 사건을 접수했고, 허경영 전 총재에게 출석을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허 씨는 왜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일까요?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몇가지 추론이 가능합니다.

먼저 허 씨는 지난해 11월 책임보험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당국에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의무가입인 책임보험조차도 가입하지 않았던 것인데요. 이후 책임보험에는 가입했지만, 종합보험까지는 들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허 씨처럼 책임보험에만 가입하는 운전자들이 간혹 있다고 합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법적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의무만 다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죠. 하지만 이번 허 씨의 경우처럼 막상 사고의 당사자가 되면, 책임보험의 보장한도를 벗어나는 금액에 대해서는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두번째로는 종합보험에 드는 비용입니다. 7억원대의 롤스로이스 팬텀의 경우 최소 연간 1000만원의 종합보험료가 예상되는데요. 이 비용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결과적으로 허 씨의 패착이 될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허 씨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피해자들의 차량 손해는 물론, 자신의 차량에 대한 손해까지 본인이 처리해야 합니다.

사고 당시 사진을 보면 허 씨의 차량은 전면부가 상당히 파손된 모습인데요. 최소 수천만원대의 수리비가 예상됩니다. 

그러나 허 씨는 종합보험의 자기차량손해 항목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에 이 역시 자비로 부담해야 합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책임보험만 들고 종합보험에는 들지 않아 보장항목을 충분하게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지적합니다.

수백만원을 아끼려다가 수천만원의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된 허경영 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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