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데스크 칼럼-김필수] 지금,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뉴스종합| 2016-04-28 11:09
뒤늦게 고백한다. 당초 예상은 새누리 167석, 더민주 92석, 국민의당 25석, 정의당 4석, 무소속 12석이었다. 여러 언론에서 수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를 누적해 취합한 결과였다. 그래서 새누리가 과반을 걱정할 때 ‘엄살’이라 했다. 100석을 염려하는 더민주는 ‘진실’해 보였다. 국민의당이 40석을 얘기할 때는 ‘자만’이라 여겼다.

확대해석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소속 합류 여부에 따라 새누리의 180석도 가능한 판세!’

13일 오후 6시, 방송 3사 출구조사결과가 나왔다. ‘KBS : 새누리 121∼143, 더민주 101∼123, 국민의당 34∼41’ ‘SBS : 새누리 123~147, 더민주 97~120, 국민의당 31~43’ ‘MBC : 새누리 118~136, 더민주 107~128, 국민의당 32~42’(방송 3사는 출구조사는 함께 했지만, 분석은 각자 했다)

예측을 빗나간 결과에 당황했다. 짧은 회의를 거쳐 ‘국민은 알파고처럼 냉철했다…현재를 심판하고, 미래를 경고했다’는 온라인 기사를 냈다. 여당과 정권을 심판하면서도, 더민주에게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정권교체세력으로서의 지위는 부여하지 않았으며, 국민의당에게도 기회는 주되 완전한 신뢰는 보내지 않았다는, ‘황금분할’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종 스코어(새누리 122석, 더민주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 새누리는 출구조사결과의 하한선을,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상한선을 달성)는 메시지 하나를 더 던졌다. ‘제1당 교체!’

14일자 지면기사는 바꿔야 했다. ‘황금분할론’을 접었다. 새누리의 참패에 무게중심을 더 뒀다. 유권자가 던진 ‘협치(協治)’의 메시지를 여야가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보름이나 지난 총선 얘기를 다시 꺼낸 건 최근 여야의 실망스런 움직임 때문이다. 그리고 ‘황금분할론’을 재차 환기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민의에 둔감한 청와대는 논외로 하자)

여야는 총선 이전의 ‘고장 난 녹음기’를 다시 틀고 있다. 친박(親朴)-비박(非朴)이 싸우고, 친문(親文)-비문(非文)이 대립한다. 친안(親安)-비안(非安)의 충돌음도 여전하다. 총선 때까지만 해도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를 외치던 그들이다. 잠시 구조조정을 이슈화하며 질타를 피해가더니 어느덧 당권-대권 싸움 모드다.

곱씹어보면 ‘황금분할’이 맞다. 여당과 정권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고, 더민주에 제1당 지위를 부여하면서도 안방(호남)을 내놓게 하는 회초리를 들었으며, 최대 수혜자인 국민의당에게도 지도의 일부분만을 녹색으로 칠할 수 있도록 했다.

유권자들은 냉철해졌다. 지금처럼 ‘너 때문에 졌느니, 나 때문에 이겼느니’ 다툼은 제 무덤 파기다.

SNS에 떠돌던, ‘선거 전 뻣뻣했다가, 선거 때 엎드리고, 선거 후 다시 뻣뻣해지는’, 그리고 ‘선거 때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가, 선거 후 튀어 오르며 유권자의 턱을 치받는’ 행태는 냉혹한 심판에 직면할 뿐이다.

곧 내년이 대선, 후년이 지방선거다. 금방이다. 지금, 여기서, 아직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김필수 정치섹션 에디터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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