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美이익 최우선’…트럼프式 외교정책 구설
뉴스종합| 2016-04-28 11:32
외교 큰틀 ‘미국 우선주의’로 설정
‘주고받는’ 사업가적 대외정책 구상
언론 “민주주의와 배치” 들끓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경선후보가 파죽의 연승행진을 지렛대로 본선 행보에 본격 나섰다. 본선 행보의 제1장도 역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트럼프 답게”(Let Mr. Trump be Mr. Trump)로 시작했다.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기존 외교정책의 틀을 완전히 다시 짜고 자원도 새롭게 배분하겠다는 구상이다. ‘주고 받기 식의’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보는 트럼프 법칙이 외교ㆍ안보정책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힘과 영광’도 트럼프 법칙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돈 내지 않을거면 알아서 해라…외교ㆍ안보도 비즈니스=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발표한 외교정책 구상에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를 “완벽하고 총체적 재앙”(complete and total disaster)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책 뒤집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국내로 눈을 돌린다는 새로운 ’고립주의‘(isolationism)에 닿아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끌어온 현 민주당 정권이 과도하게 국외 분쟁에 발을 담그고 국내의 자원과 인력을 불필요하게 쏟아붓는 바람에 국력이 소모되고 재정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ㆍ안보의 큰 틀은 ‘돈을 내지 않을거면 스스로가 안보를 책임져랴’로 요약된다.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안보와 관련해 적정한 몫의 방위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외료ㆍ안보의 큰 틀‘벼랑 끝 협상의 기술’을 과시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비행기와 미사일, 선박, 장비 등에 수조 달러를 지출했다.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이 방위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들 나라가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준비해야만 한다.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또 아시아 동맹들과의 각각의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면서 “이 정상회담에서 금융적 책무 재균형(방위비 재조정) 문제뿐만 아니라 나토의 낡은 임무를 어떻게 개선할지 등 새로운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집권 후 곧바로 유럽 및 아시아 동맹들과 방위비 재협상을 벌이고, 만약 적정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거나 ‘핵우산’ 제공을 거둬들이는 극단적인 방안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핵 능력을 확장하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무기력하게 쳐다만 보고 있다”면서 “심지어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대한 우리의 경제ㆍ무역 영향력을 사용하지는 않은 채 오히려 중국이 미국인의 일자리와 재산을 공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이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우리의 경제력을 행사하는 등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 “트럼프는 동맹관계를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며 “특히 아시아보다는 독일 등 유럽의 동맹국들이 경제력에 비해 적게 비용을 내고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레이건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판”…조롱거리된 ‘트럼프 다운’ 외교정책=하지만 ‘트럼프 다운’ 트럼프 법칙 1장은 당장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확신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에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 뒷 말이 달라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에 따르면 당장 공화당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로널드 레이건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어떻게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길지, 또 우리가 직면한 각종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지 등의 이슈와 관련한 미국의 역할 측면에서 본다면 (트럼프의 연설은) 한심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경선 경쟁자였던 짐 길모어 전 버지니아 주지사도 “그의 연설에는 모순되는 내용이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설의 상당 부분이 (미군)철수, 미국 우선주의, 아주 특정 조건을 제외한 개입 자제 등에 관한 것인데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는 바로 없애겠다고 한다”면서 “어떻게 빨리 없앨 수 있는가, 이는 결국 개입주의자들의 논리”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와관련 트럼프의 연설을 하나 하나 인용하면서 10개의 모순된 정책을 지적했으며, 보수작가 제니퍼 루빈도 “내부 모순”, “편집증”, “유해한 보호주의와 고립주의의 태동 조짐”이라는 말로 트럼프의 연설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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