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관하여(샤먼 앱트 러셀 지음, 곽명단 옮김, 돌베개)=지구촌 한 쪽에선 다이어트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다른 한쪽에선 배고파 굶어죽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둘 다 배고픔을 견디지만 전혀 다른 배고픔이다. 공유, 목초지, 고고학, 꽃, 나비 등 한가지 주제에 관한 깊이있는 글쓰기를 해온 샤먼이 이번에는 배고픔에 주목했다. ‘배고픔에 관한 백과전서’라고 해도 좋을 이 책에는 끼니 때마다 찾아오는 개인적인 배고픔부터 건강을 위한 단식과 절식, 다이어트, 거식증, 종교적 금식, 단식투쟁, 기근까지 배고픔의 양상과 이슈를 아울러낸다. 또 왜 우리는 배고픔을 느끼는지, 배고플 때 우리 몸과 정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과학적인 원리도 차근차근 들려준다. 특히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타인에게 진한 연민을 느끼면서도 자본주의 사회라는 현실적인 삶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든 소시민의 고뇌, 자기성찰도 담고 있다. 서로 무관한 것들을 연결시키는 통찰과 인류애를 바탕으로 제안한 기근의 대안이 눈길을 끈다.
▶고전:인간의 계보학(임철규 지음, 한길사)=인문학자인 저자의 40여년 학문의 세월을 집대성한 ‘임철규 저작집’의 마지막권. 저자가 평생을 연구해온 주제인 인간 존재의 비극적 현실이 문학작품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탐색했다. 저자는 문학이 담아내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의 기원으로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든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신과의 관계, 운명과 자유, 국가와 개인, 전쟁, 사랑, 죽음 등 존재론적 고민을 늘 안고 지내왔다는 것. 호메로스 이후 수많은 문학작품은 바로 이런 물음에 대한 ‘자기고백’의 흔적이나 다름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리아스’에서는 영웅과 불멸의 죽음을, ‘오레스테이아’에서는 전쟁과 약자에 의한 진정한 역사를, ‘안티고네’에서는 내면의 도덕으로서의 사랑의 전형을 보여준다. 또 근현대에 와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을,박경리의 ‘토지’는 귀환의 비극성, 죽어간 인간의 삶에 대한 애도, 그들의 삶에 바치는 비가로 해석한다. 고전이란 시대의 절실하면서 보편적인 물음에 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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