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H&A 사업부는 지난 1분기 9.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냉장고나 세탁기, 에어컨 같은 전통 가전제품을 팔아 10%에 가까운 이익을 봤다는 의미다. 지난해 5.6%에서 6.5%선을 오락가락했던 영업이익률은 한 순간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HE사업부도 마찬가지다. TV가 대표 상품인 HE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7.7%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고, TV의 최고 성수기인 4분기에도 2.3%에 머물렀던 TV 사업 수익률이 불과 1분기만에 3배나 늘었다.
석달 사이 LG전자에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비결은 바로 고급화, 즉 ‘프리미엄’ 전략에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사업과 관련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지만, 프리미엄 제품판매 확대 및 글로벌 생산지의 효율적인 운영과 재료비 절감을 통한 원가 경쟁력 개선으로 전년대비 영업이익률은 대폭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TV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확대, 원가개선 및 비용 효율화 활동 등을 통해 전분기 대비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LG전자 가전제품, 그리고 TV의 이익률은 경쟁 업체와 비교했을 때 더욱 돋보인다. 통상 가전 기업들의 제품 마진률은 5% 내외다. 특히 브랜드 파워가 약한 후발 중국 업체들이 TV나 냉장고, 세탁기를 만들어 버는 수익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의 애플처럼 수익성 좋은 ‘비싼’ 제품을 팔면서 시장 영업이익 상당부분을 싹쓸이 한 셈이다.
이 같은 LG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은 올해 초 ‘LG 시그니처’라는 초고가 가전 라인업을 공개한 자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우리는 시그니처 브랜드 안착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위치를 다져나가도록 육성하고 투자도 많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LG전자 관계자도 “트윈워시 등 프리미엄급 제품의 최초 가격을 책정할 때 컨설팅 업체에서 제시한 가격은 터무니 없이 높다고 판단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위 5%에 해당하는 고소득 계층의 소비성향에 맞았다는 게 최근 증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약 350조원으로 추정되는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상위 5%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LG’를 각인시키는 노력과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2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는 점유율을 30.7%까지 끌어올렸다. 1년 사이 2배 늘어난 수치다.
LG전자 관계자는 “선진 시장에 ‘LG 시그니처’ 제품을 필두로 시장 선도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고, 성장시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자원투입 효율성 제고 및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고수익성을 지속 유지 가능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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