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영웅은 조작됐나… 美 해군, ‘이오지마 깃발 사진’ 의혹 조사한다
뉴스종합| 2016-05-03 15:51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가장 유명한 사진 가운데 하나인 ‘이오지마 성조기 게양’ 사진 조작 의혹에 대해 미국 해병대가 본격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추앙하는 2차 대전 영웅이 뒤바뀌었다는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미 해병대는 성명을 통해 “AP통신의 조 로젠탈 기자가 찍은 이오지마에서 두번째 깃발을 들어올리는 사진과 관련해 사설 기관이 제기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로젠탈이 찍은 이오지마 사진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2월 23일 6명의 미국 군인이 일본 이오지마 섬의 한복판에 있는 수리바치 산에 깃발을 세우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도쿄 남쪽 바다에 있는 이오지마 섬은 일본 본토 공습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할 전략적 요충지로, 미군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30여일이 넘는 기간 2만5000여명의 인명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혈투를 벌였다. 로젠탈의 사진은 미국이 이오지마 확보에 성공했음을, 더 나아가 일본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오랜 전쟁으로 사상자가 늘어나고 전쟁 비용 부담도 커지자 반전 여론이 꿈틀대고 있었는데,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여론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사진 속 6명의 군인은 전쟁 영웅이 됐다.



그러나 사진 속 인물들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6명의 영웅이 본토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해군에 확인을 지시했는데, 해군은 처음에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확인에 나섰다. 로젠탈 역시 사진을 찍은 당시 곧바로 그들의 이름을 확인해 두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이후 존 브래들리라는 위생병을 포함한 다섯명의 전투병의 이름을 공개했다. 6명의 영웅 중 일부는 전쟁 중에 사망했고,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와 큰 명예를 거머쥐었다.

이번에 해병대가 조사에 나선 것은 6명의 영웅 중 존 브래들리가 사진 속 인물이 아니라는 의혹이다. 아마추어 역사학자인 에릭 켈레와 스테픈 폴리는 로젠탈의 사진을 같은 날 찍힌 다른 여러 사진과 비교해봤을 때 사진 속 인물은 존 브래들리가 아닌 헤롤드 핸리 슐츠라는 일병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사진 속 인물의 복장에 주목했다. 사진 속 인물은 소총용 탄띠를 차고 있고, 철사 절단기를 주머니에 갖고 있다. 존 브래들리가 위생병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맞지 않는 복장이다. 실제 당시 위생병은 소총을 차고 다녔다. 이밖에 바짓단을 걷은 모양이나 헬멧 밑에 모자를 쓴 모습도 존 브래들리가 찍힌 다른 사진과 달랐다.

로젠탈의 사진은 이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사진이 연출됐다는 의혹은 대표적이다. 군인들의 모습은 사진 상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어오는 맞바람을 이기고 힘겹게 깃발을 들어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깃발이 펄럭이는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이 깃발은 수리바치 산 점령을 기념해 꽂은 첫번째 깃발이 아니었다. 로젠탈은 당시 섬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첫번째 깃발을 꽂는 장면을 찍지 못했고, 이후 더 큰 깃발로 대체되는 것을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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