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웨딩드레스, 꼭 하얀색이어야 하나요”
뉴스종합| 2016-05-07 08:05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올해도 벌써 5월에 접어듦에 따라 이곳저곳에서 결혼 소식을 알려오는 커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예식장을 가건 5월의 신부들은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미모를 뽐낸다. 그런데 최근 서양에서는 ‘웨딩드레스는 흰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색의 드레스를 입는 신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은 세 명의 신부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전했다. 영화배우 앤 해서웨이, 키이라 나이틀리, 사라 제시카 파커 등 패셔니스타들이 색깔이 들어간 웨딩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그러한 트렌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해 8월 결혼한 사라 노빅(33ㆍ여)은 빨간색 소매가 없는 드레스를 인터넷에서 구입해 웨딩드레스로 입었다. 그녀는 “굳이 ‘여자가 결혼한다’고 보여주기 위한 색깔을 고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결혼 2년차에 접어드는 애피 부어 홀든(35ㆍ여)은 자신의 결혼식에 무도회복 느낌이 나는 분홍색 드레스를 골랐는데, 부모님이 반대할까봐 결혼식 당일까지 주변 누구에게도(심지어 신랑에게까지) 그런 드레스를 골랐다는 사실을 비밀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는 신부가 어떠어떠한 방식으로 보여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고, 그러한 선입견에 ‘빨간 옷을 입은 여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한 이유를 말했다.

웨딩드레스로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사회학자 케이티 고든(36ㆍ여)은 하얀 드레스는 자신의 페미니즘에 어긋난다고 했다. 하얀 드레스는 처녀성과 순결을 상징하기 때문에 ‘구식’이며, 성차별적이고, 미신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결혼식은 당신의 날’이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며 “나의 날이기 때문에 내가 편하고 입고 싶은 대로 파란 드레스를 골랐다”라고 했다.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입는 것은 서구에서도 그리 오래된 전통이 아니며,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신부들은 하얀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흰색은 기존에 서구에서는 장례식에 입고 가는 상복의 색깔이었으며(일각에서는 세탁의 문제 때문에 흰옷은 최고 부유층만 입었다는 설명도 있다), 결혼식에는 옷장에서 가장 예쁘고 비싼 옷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184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자신의 결혼식에서 최초로 하얀 드레스를 입으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빅토리아 여왕의 하얀 드레스는 관습을 깬 파격이었지만, 부유층 여성들이 이를 하나둘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퍼져가게 된다. 특히 매스미디어와 대형 백화점의 발달로 이런 트렌드가 보급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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