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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메이드 인 재팬’의 몰락…기술력ㆍ신뢰 통째로 잃은 日 자존심, 왜?
뉴스종합| 2016-05-11 10:50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기술력과 신뢰라는 두 바퀴로 전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제품의 몰락이다. 미쓰비시 자동차의 연비 조작 파문은 시작에 불과했다. 다카타 에어백은 대규모 리콜에 존폐 위기에까지 몰렸다. 모두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업체들이다. 그간 일본 제국을 만들었던 기술과 신뢰의 신화가 모두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자존심이 일순간 무너진 데에는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실적지상주의와 “No”라고 답할 수 없는 일본 기업들의 집단사고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간 일본 제국의 신화를 만드는데 일등 공신을 했던 것들이 지금은 되려 독(毒)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 원동력에 도취해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죽음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잃어버린 10년’처럼 일본은 또 다시 ‘일본 자존심’의 추락으로 반면교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자료=게티이미지]

①“목표만 달성하면 된다”…실적 압박과 감독기능의 부재=신뢰 경영의 표상이었던 일본 대표 기업들이 잇따라 부정의 늪에 빠진 것은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실적지상주의에서 비롯됐다. 견제와 감독 기능이 없는 일본의 기업문화는 실적지상주의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미쓰비시는 26년 동안 담당 부서가 시험 결과를 조작해왔지만, 부서 간 자율성에 가로막혀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다카타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4년 말부터 제기된 다카타 에어백 결함에 대해 “대응이 부적절했다”며 감독 기능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두 기업에 대해 “오랜 부정행위는 감시 및 운영, 위험 예지와 시정 등 교육훈련 단계를 검토하는 기능이 미비하거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감독기능이 미비한 상태에서 실적에 대한 압박은 결국 부정행위를 낳았다. 나카오 류고 미쓰비시 부사장은 “사원에 대한 (실적 향상) 압력이 있었다”며 “연비 조작은 회사가 내건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도시바에 일하는 익명의 과장은 주 1회 직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고 진술하며 당시 회의에 오고간 대화의 녹음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음 파일에는 일본의 ‘파와하라(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것을 의미)’의 실태가 드러났다.

②“No”가 없는 집단사고=2012년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 경영진은 “경쟁사보다 연비(燃比)가 5~10% 더 높은 경차(輕車)를 내년까지 만들어내라”는 지상명령을 내렸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자금과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미쓰비시가 라이벌 업체들의 경차를 능가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경영진은 이를 무시한 채 목표 달성의 기한과 수치만 제시하며 개발팀을 압박했다.

이의제기가 없자 부정행위는 일파만파로 퍼졌다. 다카타도 마찬가지였다. 2004년 다카타는 미국 자사에서 비밀 실험팀을 통해 자사 제품의 결함을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를 은폐했다. 내부 팀에서 반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자동차와 다카타는 모두 △지시를 거스를 수 없는 사내 분위기와 달성에 대한 압박감 △은폐/조작이라는 과정을 거쳤다. 구니사와 미쓰히로 자동차평론가는 마이니치신문에 “부정을 알아챈 사원이 이를 지적할 수 없는 기업 문화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료=게티이미지]

③‘게이레츠’의 폐단=계열사를 중심으로 거대 기업조직을 운영하는 일본 대기업 문화 ‘게이레츠’(係列)는 일본 경제의 구원자에서 독(毒)으로 전락했다. 위기 때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소방수 역할을 한 것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쓰비시 자동차는 지난 2000년과 2004년에도 리콜 은폐 문제로 존폐 위기에 놓였지만 올해에도 ‘게이레츠’를 활용해 위기를 모면했다. 특히, 미쓰비시 그룹의 회장-사장단 모임인 ‘금요회’는 미쓰비시 자동차가 경영난에 휘말렸을 때마다 ‘미쓰비시 브랜드 가치를 실추 시킬 수 없다’며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금요회는 2004년 미쓰비시 자동차에 5400억 엔(약 5조 6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다카타도 마찬가지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게이레츠’ 문화로 인해 다카타의 에어백 결함 은폐 및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협력업체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혼다 자동차와 다카타의 관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은 다른 그룹의 회사일 지라도 독립적인 협력 관계나 수평적인 계열관계를 확립해 거래를 확보한다. 일본 경제매체인 다이아몬드는 “다카타 리콜 사태로 혼다 역시 적자를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혼다의 결산 발표 연기는 혼다 자동차도 자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④“시키는 것 외에 할 줄 아는게 없다” 일본 샐러리맨의 비극=일본 샐러리맨 문화도 ‘메이드 인 재팬’을 무너뜨린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있다. 일본 인터넷 매체인 제이캐스트와 블로고스 등은 20~30대 일본 샐러리맨에 대해 “세상 물정을 모른다”며 “실패가 두려워 오류를 보고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2003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탈주입식 교육인 ‘유토리’ 교육을 받아온 유토리 세대(일본 1987~1996년생을 지칭하는 표현)들을 경직된 사원문화의 주범으로 꼽기도 했다.

‘유토리 세대’에 대한 일본 기성세대들의 선입견은 사내 신입사원ㆍ인재육성 프로그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 회사에 사원 육성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업체인 ‘윌 시드’(Will Seed)는 “유토리 세대로 불리는 신입사원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며 ▷시키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설명서나 답변을 즉시 해줘야 한다 ▷상사와의 술자리를 단호하게 거절한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일들이 자신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는다 ▷주의시키면 금방 풀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유롭고 자유로운 학습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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