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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에 놀란가슴…화학포비아 확산
뉴스종합| 2016-05-11 11:49
“베이킹소다로 빨래” 표백제 매출 23%


“옥시만 그럴까요. 다른 제품도 쓰기가 꺼려져요. 지난 주에 산 것 모두 반품했어요.”(주부 A씨) “화학제품이 않좋다고 하잖아요. 인터넷을 뒤져 천연소재를 사용한 세제를 만들어 쓰고 있어요.” (주부 B씨)

‘최악의 생화학 테러’라고까지 불리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유통업체까지 전례없이 옥시 제품 퇴출에 동참했다. 특히 언제,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소비자들의 우려는 화학 제품 전반에 대한 공포로 퍼지고 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옥시 공포증이 화학제품 포비아로 확산하면서 생활용품의 전체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롯데마트의 표백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하락했고, 탈취제 16.8%, 섬유유연제 14.3%, 방향제 15.0%, 제습제는 4.6% 감소했다.

생필품 구매 수요가 적잖은 소셜커머스 ‘티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옥시 불매 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제습제 품목의 전체 매출은 불과 한달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량 떨어졌다. 이 기간, 손 세정제와 방향제는 각각 33%, 29% 하락했다. 특히 손 세정제인 옥시 ‘데톨(-21%)’은 물론 ‘아이깨끗해(-13%)’도 감소해, 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언제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화학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감이 커지면서 베이킹소다, 구연산 등 천연화합물을 사용한 청소법 공유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부 양모(37ㆍ여) 씨는 “당장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화학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몸에 안 좋겠다 싶어 빨래를 베이킹소다로 하기 시작했다”며 “친정엄마가 더럽다고 한 소리 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도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사용했겠냐”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화학제품을 못 믿겠다면서 기존에 구매했던 방향제, 탈취제 등을 환불해달라는 고객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전 유통판매 채널도 옥시 제품 퇴출에 동참했다. 옥시 제품 신규 발주를 중단한 것은 물론,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선 기존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셜커머스 업체와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들도 신규 발주를 중단하는 조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매 운동이 단순히 보복성 징벌을 넘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산시킨다고 지적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련의 불매 운동으로 옥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갔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재발하지 않으려면 현재는 도입되지 않은 집단소송과 더불어 징벌적 배상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사실 사회적 책임 이전에 (건강과 직결된 것은) 기본적인 의무 사항 아니냐”고 반문하며 기업의 윤리 의식 강화를 촉구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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