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자살로 인한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대형 보험회사들이 거부해 왔고 법원에서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준 케이스가 받았으나 이번 판결로 보험금 청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보면 자살 보험금은 받아내기가 어렵다. 상법 제659조 제1항에서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때에는 보험회사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신질환 여부가 중요 판단 기준=자살의 경우 이 법 조항이 적용되는 대표적 사례다. 다만 자살의 외형을 띠었어도 자살을 하게 된 경위가 정신질환(특히 우울증, 만기암질환 등)이나, 술에 취해 이성적인 판단이 상당히 곤란한 상태에서의 자살로 판명된 경우에는 위 상법 규정에서 말하는 고의에 의한 사고로 보지 않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태도다.
자살은 정신질환에 의한 것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살자의 나이와 성별 △자살자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 정황 △자실행위의 시기와 장소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신질환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사망보험금에 대한 보험약관에서는 ‘보험사고가 고의로 발생한 경우(즉 자살과 같은 경우)라도 정신질환에 의한 경우이면 보험사 면책이 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보험사고가 고의로 발생한 경우라도 보험계약체결 후 2년 뒤에 발생한 경우 역시 보험회사가 면책이 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2012년 기차선로에서 자살한 A씨의 부모가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사망과 재해사망, 보험금 격차 커=해당 보험은 A씨가 사망할 경우 주 계약에 따라 7000만원, 재해사망 시 특약을 적용해 5000만원을 추가한 총 1억2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이후 자살을 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있었다. 그러나 보험사가 주 계약에 따른 70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 특약에 따른 5000만원은 “고의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라며 지급을 거부하자 A씨의 부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보험사는 특약에 따른 보험금 5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해당 약관이 주 계약에 있는 내용을 부주의하게 그대로 사용한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다고 봤다.
보험계약 체결 후 2년이 경과한 뒤 자살이 문제로 불거진 것은 일반사망보험과 재해사망보험의 보험금에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2년이 경과한 뒤 자살이 발생한 경우 일반사망보험은 상대적으로 재해사망보험에 비해 금액이 적어 보험사들이 약관내용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하지만 재해사망보험은 보험회사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 지급을 거부하는 등 사회적인 이슈가 된 상태다.
현재 보험회사는 약관상 보험계약 체결 후 2년이 경과한 뒤의 자살에 대해 ‘보험회사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돼 있으므로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까지 지급해 왔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재해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재해로 인한 사망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재해가 ‘우발적 외래 사고’를 말하는 만큼 자살이 ‘재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또 보험사들은 약관상 ‘보험사고가 자살 등 고의로 발생한 경우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면책되지 않는다’는 규정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사망보험의 약관내용을 재해사망보험 약관에 그대로 잘못 옮겨 썼다는 게 이유다.
▶2010년 이후 가입자는 받기 어려워=이번 판결도 1심에서는 보험약관의 내용이 잘못 돼 있어도 이에 대한 책임이 보험회사에 있으므로 약관의 규정대로 보험회사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보험회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보험약관의 규정이 무효이며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자살 보험금 지급을 판결한 이번 대법원 판례는 2010년 1월 생명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기 이전에 판매된 보험에만 해당된다. 보험회사들은 2010년부터 약관 규정을 수정해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는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변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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